▲스플리트 앞바다.아침의 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배낭족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노시경
성벽 앞, 아드리아해 연안의 휴양도시로 유명한 스플리트의 바닷가에는 도시의 명성만큼이나 거대한 페리와 크루즈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거대한 크루즈 선박 앞으로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다음 행선지로 떠나는 젊은 배낭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더해지고 있었다.
스플리트는 황제의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로마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가 퇴위한 후에 여생을 보낸 곳으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원래 로마의 속주였던 아드리아해 연안, 달마티아(Dalmatia)의 군인이었다. 후에 황제가 된 그는 후기 로마에서 가장 효율적인 통치를 펼쳤던, 능력을 인정받던 황제였다.
284년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자신의 은퇴 후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해 295년부터 10년에 걸쳐 거대한 궁전을 건설하였다. 이 궁전은 자신이 태어난 도시 솔린(Solin)에서 약 8㎞ 떨어진 스플리트에 지어졌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59세 때 심각한 질병을 앓았는데, 질병에서 회복된 이후 자신이 지어 두었던 바다 근처의 이 궁전에서 말년을 보냈다.
놀랍게도 리바 대로 뒤편으로는 그 때 당시에 지은 성벽들이 아직까지도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었다. 당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두 번째 임기 제안을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할 정도로 이 궁전과 스플리트를 사랑하였다.
"나에게 이곳의 평화와 행복을 다른 것과 바꾸라고 감히 권하지는 못할 것이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70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을 때까지 이 궁전에 거주하면서 양배추를 기르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지금도 스플리트 시 한복판에 있는 이 궁전은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 아드리아해 남쪽 해안에 지어진 가장 귀중한 로마건축 유적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내 눈 앞에는 아침부터 기대 이상의 유적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나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의 성벽을 올려다 보았다. 성벽은 가장 높은 곳의 높이가 무려 25m나 되었다. 성벽의 북쪽, 동쪽, 서쪽의 3면은 육지에 접하고, 내가 보고 있는 남쪽은 아드리아 바다를 바로 앞에 보고 있었다. 궁전 앞에 푸른 바다를 바로 접하고 있으니 일대 장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경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