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충기획 사원증동료들과 함께 운영하던 회사의 사원증
강상오
우리는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눌 때면 보통 'OO에 다니는 OOO입니다'라고 자신이 소속되어 학교나 직장을 함께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직장에 다닐 때면 자연스럽게 내 명함을 건네며 '어디에 다니는 누구다'라고 인사를 했다.
보통 업무차 만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웠고 꼭 업무 관련으로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도 보통 '무슨일을 하는 누구'라거나 '어디에 다니는 누구'라고 인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은 어딘가의 조직에 소속되면서 '안정감'을 얻는다. 어릴적 유치원과 학교를 다닐 때에도 어른들이 자기소개를 시키면 '몇학년 몇반 몇번 누구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는 '개인'보다 '조직'을 더 중요시 한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그 '조직'의 무게 때문에 '개인'이 희생 당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15년이라는 시간동안 여러 곳의 직장을 다녔다. 사원수 5명으로 갓 시작하는 초기 스타트업에서부터 우리나라 30대 기업 순위에 드는 대기업의 계열사까지 다양한 조직에 속한 경험이 있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조직이 유명하거나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있을수록 나는 내가 소속된 조직을 밝히는 것을 좋아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이 소속된 조직을 숨기려고 했다.
내가 다닌 직원수 5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은 LG전자 사내 협력업체였다. LG전자를 다니다가 정년 퇴직을 한 사장님이 'OB' 대우를 받아 세운 신생 회사였는데 대기업의 사내 협력업체는 대기업 내부를 출입해야 하고 대기업 인프라를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비슷한' 시스템을 유지해야 했다.
LG전자 사원이라면 모두가 발급받는 사원증, 그 사원증과 아주 흡사하게 생겼지만 아주 약간은 다르게 생긴 '출입증'을 발급 받는데 그 출입증을 목에 걸고 LG전자 임직원들과 뒤섞여 생활하다보니 조금씩 그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는 게 부끄러워졌고 출입증을 패찰하지 않고 다니는 시간이 늘어났다. 심지어 일부 동료들은 출입증을 교묘하게 '튜닝'해서 LG전자 사원증과 거의 똑같이 보이도록 해서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반면 내가 나중에 대기업 사원이 됐을 때, 나는 퇴근 후에도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녔다. 퇴근 후 회식을 한다거나 동료들과 애프터 술자리에 참석할 때에도, 집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사원증을 목에서 빼지 않았다. '잃어버릴까봐'라는 핑계를 대곤했지만 사실 나는 그 사원증을 걸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자랑스러웠다.
그런 내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오롯이 나만의 길을 가겠노라며 '창업'의 길을 선택했을 때, 나의 자부심이자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던 '조직'에 대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활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누구의 눈치 따윈 보지 않고 살아도 되니까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워져갔다.
'혼자'라는 자유로움이 좋지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