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스토어양창빈 씨와 정영수 시설장(서초구립 한우리보호작업장)이 함께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황상윤
"유통기한 확인하고 물건 정리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여기서 열심히 배워 취직하고 싶어요."
양창빈(21·지적 뇌병변장애 1급)씨는 이번 달부터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출근 후 청소를 하고 진열장에 빠진 물건은 없는지 확인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폐기하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다. 일한 지 얼마 안 돼 실수도 하고 힘도 들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더 큰 즐거움이다.
지난 14일 기자와 만난 양씨는 "아침에 일어나 편의점 오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일하고 집에 가면 피곤한데 그래도 신이 나요"라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 일반 편의점과 다를 것이 없지만, 이곳은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국내 최초 장애인 직업훈련 편의점인 '늘봄스토어'이다. 양씨가 일하는 곳은 서울 서초구 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안에 마련된 편의점으로 그처럼 지적장애, 뇌병변·청각 복수장애가 있는 3명을 포함해 5명이 일하고 있다.
편의점을 찾은 김경자(57·인천시)는 "직원들이 장애인인지 몰랐다. (장애인이라고) 이야기해줘서 알았다"며 "웃으며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늘봄스토어는 13호점까지 늘어난 '장애인 바리스타 -늘봄카페'에 이어 서초구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 사업이다. 서초구는 시설중심에서 지역사회중심으로 장애인 직업재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초구와 GS리테일은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 사업을 시작했다. GS리테일은 늘봄스토어의 편의점 사업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면제하고 초기 시설비용 2억여 원도 지원했다.
올해 1월 문을 연 늘봄스토어의 특징 중 하나는 장애인 작업장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늘봄스토어를 운영하는 정영수 시설장(서초구립 한우리보호작업장)은 "장애인들이 부딪쳐야 할 사회는 장애인이라고 특별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며 "최소한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스스로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