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가 20일 오후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유가족과 함께 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마당’에서 아들의 죽음 당시 겪은 일을 증언하고 있다.
김시연
"(우리 아들처럼) 노동자가 억울하게 죽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될 때까지 싸울 겁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23세), 제주 생수 공장에 현장실습 나갔다 숨진 이민호(17세),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김용균(24세)까지. 젊은 나이에 산업재해로 숨진 청년노동자 유가족들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힘을 모았다.
'유가족과 함께 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마당'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에서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고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해 고 이민호 아버지 이상영씨,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 고 이한빛 PD 동생 이한솔씨 등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들이 '증언대'에 섰다.
이들은 단지 산재노동자 유가족에 멈추지 않고 반올림,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통해 저마다 시민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다. 더는 자신의 딸이나 아들, 형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는 신념이 이들을 모두 한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다.
"더는 우리 아들딸 같은 억울한 죽음 없어야"
지난해 11월 아들을 떠나보낸 지 두 달이 지난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지 시종 눈물을 멈추지 못 했다.
김씨는 "용균이가 일하던 곳이 너무 처참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참 울다가 2층으로 올라갔더니 하청업체 관리직이 와서 하는 소리가 우리 아들 용균이가 가지 말라는 데 갔고 하지 말라는 거 했다, 용균이 보험 들어 놓은 거 있으니 그거 받으라고 하더라"면서 "회사에선 (기계에) 이상신호가 발생해도 가만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데 같이 일하던 사람에게 몰래 물어보니 (이상신호가 발생해도) 무조건 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 안에서 짐승처럼 울어댔습니다. 악을 쓰면서, 어떻게 이렇게 처참할 수 있는지. 공기업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그렇게 (근무 환경이) 열악해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이나 대전청에서 왔다간 적도 없고 한 달 전 검사에선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8년 동안 12명이 죽었는데 계속 그렇게 해왔다고 보입니다. 11명 죽었을 때 제대로 (조치)했다면 우리 아들이 안 죽었습니다."
김씨는 "기업과 정부, 정치인이 합세해서 우리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최소한 임금 주고 최대한 이윤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지난 두 달 사이에 알게 됐다"면서 "건설업, 조선소에서 특히 사람이 안전하지 않아 죽는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인해 죽고 다친다는 거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나라를 바꿔야 한다. 나라가 그냥 바뀌지 않는다"면서 "서민과 유가족, 언론이 다 힘을 합쳐야 바꿀 수 있다,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007년 3월 백혈병으로 딸을 먼저 떠나보낸 뒤 산재 인정과 진상 규명을 위해 삼성전자와 노동부를 상대로 10년 넘게 투쟁해온 황상기씨는 이날 "많은 노동자를 병들게 하는 기업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처벌을 받는 법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런 법은 정부와 국회에서 절대 안 만들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끝까지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