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 의원 집을 포위한 7백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
동아일보
유성환에 대한 재판은 전 국민적인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 속에 진행됐다. 거기다가 국회의원 신분 등이 고려됐기 때문인지 무거운 처벌을 받진 않았다. 이듬해인 1987년 4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뒤, 7월 13일 보석(보증석방)으로 풀려났다.
2심 재판은 4년 뒤인 1991년 열렸다. 2심에서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인정해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의 공소를 무효화하는 이 판결은 1992년 대법원 선고에서도 동일하게 인정됐다.
2심과 3심이 공소를 기각한 것은 유성환의 발언이 헌법상 면책특권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6월항쟁 이후의 사회 분위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의 문제제기는 통일이 국시임을 명확히 하는 데는 실패했어도, 통일의 가치를 함부로 폄하하지 못하게 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망언 3인방'을 기억하는 민중들
김진태·지만원 등이 일으킨 이번 파문도 대한민국의 '국시'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성환처럼 '무엇이 국시다'라는 식으로 국시 논쟁을 적극적으로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나라의 최고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들처럼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 나라의 국시인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성환과 정반대 방법으로 국시 논쟁을 일으킨 셈이다.
이런 판단이 가능한 것은 그들에 대한 작금의 사회적 반응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조사하고 지난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4.3%가 파문 일으킨 국회의원들을 제명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28.1%만이 제명을 반대한다고 답했다(전 19세 이상 남여 8085명 접촉, 501명 응답, 응답률 6.2%,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찬성이 대다수거나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60대 이상을 포함한 전 연령층에서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보수층에서도 30% 이상이 '망언 3인방'의 제명을 찬성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또 5석 이상의 국회 의석을 보유한 다섯 정당 중에서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석 합계 176석)이 그들의 망언을 명백히 비토하고 있다. 그 넷에 포함되지 않는 자유한국당(113석)도 그들이 발언이 잘못됐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도 국민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다. 비록 이들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징계 회부는 불발에 그쳤지만.
한편, 16일과 17일에는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에게 사과 및 위로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이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에서 권 시장은 "저희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상식 이하의 망언으로 인해 5.18 정신을 훼손"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구 시민들 다수도 저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대구·경북 시도민의 57.6%가 해당 국회의원들의 제명에 찬성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