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공략 나선 황교안-오세훈-김진태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후보가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새누리당 시절부터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된 일부 새누리당 후보자들이 '광주 반란' 등의 발언을 해 역사인식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진통 끝에 후보들의 공천을 취소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5.18 망언'은 이 당의 우경화를 상징하는 바로미터였다.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이 "바꿔보려고 해도 바꿔지지 않는데 더 이상 뭐라고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토로할 정도였다(관련 기사:
'광주반란' 이영조 새누리당 공천 논란 확산).
한국당은 해당 발언이 나왔을 때부터 일관된 입장을 갖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와 같은 입장으로 어정쩡한 선긋기에 나섰다. 그러다가 일이 커지니 그제야 '윤리위 회부' 카드를 꺼냈지만, 전당대회 후보등록이 끝난 후라 이미 늦어버렸다.
망언 3인방 중 이종명 의원만 제명됐고, 그나마도 의원총회에서 구제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징계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여야의 비판이 줄을 잇고, 5.18 유가족들이 한국당을 방문해 김병준 위원장을 만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개인적 사과 이외의 것을 내어줄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그저 '당헌‧당규'만 도돌이표처럼 읊을 뿐이었다. 오히려 '김진태를 지켜야 한다'는 태극기부대의 시위에 윤리위원회 장소만 비공개로 급히 변경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제 더 이상 한국당에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큰소리쳤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5.18 문제가 터지고 전당대회가 시작되면서 계파는 그대로 부활했다.
청산하지 못했던 친박계는 망언을 반복했고, 비박계는 5.18 역사인식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발언을 비판했지만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박 복당파' 장제원 의원이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울하고 참담한 마음 지울 수가 없다"라고 쓴 말은 공허하게 흩어졌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의 말 한 마디에 '배박'(배신한 친박) 프레임이 나왔다. 황교안 후보와 김진태 후보 중 누가 진짜 박근혜의 사람인지 지지자들 사이에 갈등이 붙었다.
오세훈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하자 쏟아진 건 야유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탄핵에 대한 당내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며 당장의 갈등만 봉합한 김병준 위원장의 자충수였다.
다른 정당에서도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반응은 비슷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대변인은 18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역사적 퇴행과 극우정치에 몰두할수록 당의 미래와 희망은 없을 것이다"라면서 "전당대회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논의는 찾을 수 없고 소수의 극단적 지지자들을 위한 역사적 퇴행과 극우정치로 치닫는 것이 안타깝고 애처롭다"라고 평했다.
이정미 정의당 당대표도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한국당 전당대회가 극우집단의 망언대회로 전락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앞서 16일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혁신과 환골탈태를 외쳐 왔지만 전혀 바뀌지 못했으며, 오히려 더 거꾸로 가고 있었다는 사실, 그 '속살'과 '민낯'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라면서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고서도 당 밖의 국민이 아니라 당 안의 일부 지지세력에 기댔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반성과 미래가 아니라 변명과 과거를 좇았기 때문이다"라면서 "자유한국당이 극우에 이끌려서는 결코 바뀔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패의 시작 그리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