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지사가 출,퇴근이나 외출을 할 때마다 도청 공무원들과 청원경찰들이 나와서 피켓과 물품 등을 치운다. 원희룡 도지사가 가운데로 지나가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이기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청 앞에 사람들이 있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 있다. 원희룡 지사가 출퇴근할 때마다 계단의 피켓과 현수막, 텐트를 치우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추운 겨울날, 도청 현관 앞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47일째다.
제주도청 앞 천막은 이제 10동이 되었다. 제주녹색당 천막, 여성 천막, 성산읍 대책위 천막, 비무장 평화의 섬 천막, 청소년·청년 천막, 연구자 천막, 반댈새 예술행동 천막, 김경배씨 천막, 식당 천막, 웰컴시티 천막이 그것이다. 이들은 제주 제2공항을 막기 위해 각자 다른 모습으로 즐겁게 투쟁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공항으로 거리 선전전을 나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도의회로 가서 피켓팅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시청에서, 누군가는 세무서 사거리에서 거리 선전전을 한다. 누군가는 SNS로 홍보를 하고, 누군가는 오름으로 답사를 간다. 누군가는 현관 위로 올라가서 절박함을 알리는가 하면, 누군가는 단식을 하며 절박함을 알리는 이가 있다.
누군가는 식당에서 양식을 준비해주고, 누군가는 땔감을 구해다 와주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어떤 이들은 노래를 부른다. 또, 많은 시민들이 후원물품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리고 제주도청 계단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있어 제주의 겨울은 춥지가 않다.
계단 점거 농성은 제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제주도청의 벽은 높고, 높았다. 권력자들은 끝없이 제주도민을 무시해왔지만 언젠가 그 벽은 무너질 것이다. 제주도청의 주인은 바로 제주도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 싸움은 시민들이 승리했다. 끝내 원희룡과 권용복은 제주 시민들 앞에 고개를 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