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65세 노인 기준'은 UN에서는 1956년에,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에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생겼다. 1981년 기대수명은 66세였지만 2016년은 82세다. 그러니 38년 전 생물학적 노인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게 노인 연령 상한에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예전보다 오래 살게 됐지만,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노인의 삶은 더 일찍 시작된다. 고독사에 대한 국가적 통계는 없지만 최근 부산시 통계에 의하면 고독사한 68명 중 50∼64세 사이의 장년층이 34명(65%)으로 가장 많았다.
정년이 60세라지만, 이 정년을 지키는 곳은 공공기관뿐이다. 대부분 민간기업에서는 48세~53세 사이에 직장에서 나오게 된다. 명예퇴직을 권고받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업무감사를 통해 직장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
직장에서 나와 12년을 버티면 받을 수 있던 복지 혜택이 17년 뒤로 밀린다면 고독사는 더 늘어날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오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경제적·사회적으로 50대부터 고령자로 취급받고,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는 게 현실이다.
재정적인 부담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1월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인 연령 상향에 찬성하는 이는 55.9%, 반대는 41%였다(전국 성인 504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서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하지만 여론조사는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만약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5년 후로 미루는 데 찬성하십니까?'라고 물었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리얼미터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찬성 여론은 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노인 복지비용 증가로 젊은 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정말 복지비용이 부담되는 걸까.
유럽 선진국은 국민 소득이 1만 달러일 때 10~15%, 2만 달러일 때 30~35%를 복지재정으로 지출해 왔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 달러일 때 7.4%, 2만 달러일 때 8.4%, 3만 달러일 때 10%를 복지 재정으로 사용한다. OECD 평균복지 복지지출은 21%다. '자린고비' 복지 지출로 인해 노인 빈곤율은 49.6%다. OECD 평균 12%의 3배가 넘는다.
노인 연령 상향의 전제조건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 미국, 독일도 노인 기준은 65세다. 다만, 일본이 65세를 70세로 올릴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추진 계획에도 선행조치가 있다. 일본은 2004년에 정년연장 법적 의무화를 실시했다. 2013년에는 정년이 63세, 14년에는 정년이 65세로 연장됐다. 미국은 1986년에 정년제가 폐지됐다. 독일도 연령에 따른 노동 제한제를 철폐했다.
이들 나라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수급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노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오래 머무르게 정년 폐지, 일자리 확대, 파트타임 노동자 권리 보호를 활용한다. 노인 연령 조정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한국과는 방향이 다르다.
재정 절약 아닌 사회 연령 통합적 관점이 필요
젊어도 건강이 안 좋아서 의료보장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취업을 못 해서 생계가 곤란한 청년도 있다. 노인이지만 청년 못지 않게 건강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다. 이혜자 어르신은 자신의 취업 체험을 이렇게 말한다.
"면접에 합격해서 주민등록등본을 가지고 가면 합격 취소. 이렇게 나이 많은 줄 몰랐다고, 정년도 한참 지났잖아요, 이렇게 말해."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연령 규범이나 연령 차별주의가 먼저 사라져야 이혜자 어르신 같은 이들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사회보장 정책을 결정하는 기준은 생물학적 연령이 아니라 '욕구'에 기초해야 한다.
모든 게 노인들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