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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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기존 법을 이용하면 가짜뉴스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개인이 언론권력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허언증 환자로 매도됐던 홍가혜씨가 <조선일보>에서 손해배상을 받은 것은 5년 만이었다. 검색해보면 언론이 쏟아낸 홍가혜씨 관련 기사는 수 천 건에 이르렀지만 다른 언론에는 소송을 걸 엄두도 못 냈고 판결이 나왔는데도 정정기사를 실어준 데가 거의 없었다. 그는 6천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소송비가 2억 원가량 들었다고 한다.
지연된 정의가 정의가 아니듯, 지연된 정정도 정정이 아니다. 가짜뉴스 대응도 신속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언론의 오보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고 보지만, 명백한 허위조작정보에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는 건 자유의 가치를 오히려 폄하하는 것이다.
미국의 올리버 홈즈 판사는 "누군가 말을 하거나 글로 쓴 것이 사회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주지 않는 한 자유로운 말 또는 언론은 보호돼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판결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 가짜뉴스 중에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으로 봐야 할 게 많다. 반인권적, 반공동체적 허위 사실 전파가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야말로 위험하다. 유명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재판에서는 '현실적 악의'가 없는 언론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극우매체뿐만 아니라 기성언론 보도 중에도 정권에 '현실적 악의'를 갖고 왜곡보도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은 헌법 1조에 천명할 정도로 언론 자유에 무한한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다. 자유시장에 맡겨진 미국 언론은 <폭스TV> 등이 약진한 데서 나타나듯이 유럽보다 바람직하지 못한 언론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이미 2003년에 "독일·프랑스·스페인에서는 아직도 고급 정론지를 중심으로 토론문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경로가 막혀 민중의식의 빈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마스가 언급하지 않았지만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국가들도 좋은 언론 지형을 유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언론 사상에 지나치게 집착
자유주의 언론 사상에 대한 우리 언론학자들의 집착은 그들 대부분이 미국 유학파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경쟁 언론은 많을수록 좋다'며 종합편성채널을 대거 허용하는 데 기여한 '종편 이데올로그'도 그들이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1인 미디어를 방송 서비스로 보는 건 아이러니"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도 있고 유튜브가 우리나라 회사도 아니어서 실제 규제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언론의 기준은 종업원 수나 발행부수 같은 것뿐 아니라 영향력도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파워 유튜버들도 당연히 언론으로 보고 가짜뉴스 생산을 막아야 한다.
프랑스 규제 담당 공무원들은 혐오 발언 등을 없애기 위해 페이스북 법인에 올 1월부터 6개월 상주하면서 현장조사를 한다. 인종 차별 등 증오가 실린 언급을 페이스북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감시하고 구글 등으로도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견주면 한국의 페이스북과 구글은 조세천국에서 치외법권을 누리는 듯하다.
구글·페이스북, 민원 무시하고 확증편향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