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칼라파테에서 피츠로이 봉우리를 보기 위해 가던 도중 만난 스텝지대로 자갈과 모래흙이 뒤섞인 척박한 땅위에 듬성듬성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오문수
수백 마리의 날파리들이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이런 곳에서 며칠간이라도 살아보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날파리들 때문에 사라져 버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20여 마리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었다. 날파리들은 동물들의 피를 빨며 살아가고 있었다.
옷가지를 벗어 날파리들을 밖으로 쫒아내고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희끗희끗 눈을 이고 있는 산 정상 아래 초원에는 키 작은 관목과 풀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소와 말, 양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인가가 거의 보이지 않는 길에 간혹 관광버스만 달린다.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자 몇 채의 농가가 보인다.
주위에 철조망이 쳐진 것으로 보아 목장주인의 집인 것 같다. 풀과 관목이 자라는 땅을 보니 자갈과 흙모래만 있는 척박한 땅이다. 현지 가이드 얘기에 의하면 여름이면 가축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가 겨울이면 낮은 곳으로 이동한단다. 겨울에 얼마나 추우면 그럴까?
아름답고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곳의 삶이 녹록하게 보이지 않는다. 삶이 다 그런 것이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속에서도 의미를 찾는 게 인생이 아닐까?
천하 명산 피츠로이 봉우리를 구경하며 도는 트레킹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