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입은 말리2도 화상을 입고 치료비를 걱정하는 말리
고기복
[사례 ③] 팔뚝에 철심 박아도 '산재'는 아니래요
한국에 온 지 4년째인 히엥은 3년을 같은 농장에서 일하고 1년 10개월 연장 근로계약을 했다. 원래 배정받은 농장은 유명 농업법인이었지만, 실제 근무는 근로계약서와 다른 곳이었다. 체류 자격은 합법이었지만 어디서 단속이 왔다 하면 창고 등에 숨어 있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농장에서 일하다 팔뚝에 철심을 박아야 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했다. 수술비는 회사에서 냈지만, 휴업급여는 없었다. 5인 이상 법인회사로 산재처리가 당연했지만, 회사에서는 농업은 산재보험 강제적용 사업장이 아니라며 산재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근로계약 연장을 원했던 히엥은 세 번의 수술을 받는 동안 휴가를 얻기 위해 사측 눈치를 봐야 했다.
아픈 건 그들 잘못이 아니다
위 사례들처럼 고용허가제는 직장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조항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강제조항이 아니다. 특별히 농업분야 상당수는 사업장 등록도 하지 않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불이익도 없어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 특별히 영농규모 증명으로 농업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들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할 충분한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 가입 대상 업체라 할지라도 산재를 은폐하려 하고, 치료 목적으로 휴가를 받으려 해도 눈치를 주기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이주노동자 건강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다.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주거시설, 작업장에 일상화된 폭언과 폭력과 언어 소통과 향수병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육체와 정신건강 모두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저임금 초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가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만일 체류자격이 없을 경우는 더 심각한 차별에 노출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