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옥 로비에서 농성중인 윤창현 언론노조 SBS 본부 위원장
SBS노조
지난 11일 전국 언론노조 SBS 본부(이하 SBS노조)가 지주회사 체제 청산을 요구하며 서울 목동 SBS 사옥 1층 로비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윤창현 SBS노조 위원장은 농성에 들어가며 "껍데기만 남은 미디어홀딩스 체제를 해체하고 SBS 중심으로 자산과 기능을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디어 격변의 파고를 넘을 미래 전략을 구현하자는 최종안을 사측에 제시했다"라며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SBS 미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사측과 대주주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사측과 대주주의 결단을 촉구했다.
사실 SBS노조의 지주회사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더구나 2017년 지주회사에 대한 노사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왜 다시 농성에 들어간 건지 궁금해 지난 13일 서울 목동 SBS 사옥 1층 로비에서 윤창현 SBS노조 위원장을 만나 이유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농성 3일째잖아요. 바람이 아직 찬데 어떠세요?
"얼마 전까지 파인텍 노동자 분들은 굴뚝 위에 올라가 계셨잖아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저는 황제 농성이라고나 할까요(웃음). 회사 로비에서 하잖아요. 힘든 면이 없는 건 아닌데 견딜만 합니다."
- 혹시 사측 반응 나온 게 있나요?
"지난 1년간 논의가 공전 되고 결정할 사람들이 결정 안 하면서 갈등이 심해졌어요. 그래서 노조가 지난 연말부터 배수의 진을 치고 싸우고 있어요. 최근 들어서는 회사도 진전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꾸준히 문제제기 해오셨는데 왜 지금 농성을 시작하신 건가요?
"저희가 자세한 내용을 다 설명 드릴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는 한데 해가 뜨기 전 제일 깜깜하잖아요. 그런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가장 진통이 극심해요. 노조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고. 하지만 이 고비가 넘어가면 갑자기 모든 게 진전될 수도 있는 상황에 와 있는 것 같아요."
- 노조원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사실 지주회사에 얽힌 문제가 10년 됐지만, 회사 경영에 관련한 문제고 디테일하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문제들이에요. 그래서 이 내용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자료집을 만들어 전 조합원에게 배포하고 열 차례 정도 조합원 간담회를 열어 수백 명의 조합원을 만났어요. 만나서 한 시간 가까이 설명하고 토론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조합원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보고요.
지금 진행하는 SBS 정상화 서명운동에 저희 조합원이 1100명인데 900명 이상이 서명을 했어요. 아마 기사 나가는 시점엔 1000명이 넘어갈 겁니다. 거의 전 조합원이 서명했다고 보시면 돼요. 그리고 비조합원까지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계세요."
- 지주회사 체제를 해체하고 SBS 중심으로 조직 기능과 자산을 통합해야 한다는 게 노조 요구잖아요. 2017년 이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2017년 합의는 SBS 지주회사 체제에서 10년 동안 수익 구조가 망가졌는데 그걸 정상화한다는 합의예요. 정상화하도록 노사가 정하자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냐가 있잖아요. 이행 방안에 관련한 논의가 계속되었던 거예요. 거기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거예요.
예를 들어 남북이 교섭하더라도 통일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는다고 통일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방법으로 제도를 꿰맞추고 어떤 방법으로 갈등 해소할지 하는 방안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방안들이 마련돼야 하는데 계속 안 되고 논쟁이 왔다 갔다 했던 거예요.
그 과정에서 결국 미디어 홀딩스의 의사결정이 필요하잖아요. 그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게 결국 대주주인데 대주주가 임명 동의 합의 이후에 SBS 관련 논의에 소극적으로 자세가 바뀌었어요.
제가 농성하는 이유도 대주주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SBS라는 방송사를 제대로 굴러가게 해서 시청자도 이롭고 국민도 이롭고 대주주도 명예롭고 직원들도 더 안정적인 구조에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거지 누굴 배척하자는 게 아니에요. 성격을 명확히 하고 대주주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거예요. 서로 반목하고 대치하는 10년 동안의 갈등 구조를 마감하자는 거예요."
- 2017년 합의할 때 방법은 왜 합의 안 한 건가요?
"그 방법까지 완결적으로 연구할 만한 시간이 없었어요. 미디어홀딩스 아래 계열사들이 지주회사 체제의 잘못된 구조하에 SBS 이익을 편취해 SBS의 콘텐츠 생산능력, 투자의 질이 나빠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방송환경 속에 저희가 더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어요. 그런 환경 속에 수익 구조를 정상화 하는 문제는 거래가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방법 중 SBS에 가장 유익하고 손실이 적은 방식이 뭐냐를 결정해야죠. 그러면 모든 안을 놓고 검토해야 하는 거예요.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