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5
이재영
6천석 좌석의 절반 이상을 관객이 자리를 메꾸자 본격적인 송성가무쇼가 시작되었다. 삼아천고정, 이 삼아지역에 얽힌 애틋한 사랑 얘기와 기원전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전체적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 아무래도 수백명의 공연자, 스토리텔링, 놀라운 화면전개와 다양한 색의 전개로 중국내 많은 가무쇼를 연출한 거장 장예모의 작품은 아닐 것이다. 그의 연출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래오래 작품의 짙한 장면들을 잊지 못하게 한다.
레이저 쇼, 인어공주, 무대의 폭포, 서커스, 해양스포츠, 바닷속 물고기 등 무대와 관객적을 모두 아우르는 연출로 다양하게 공연이 펼쳐졌지만 기억에 담아둘 장면들은 없었다. 음식으로 치면 뷔페와 같다. 많이는 먹었는데 특별히 맛있었던 요리가 있었든가?
시내에서 약 한시간 거리에 있는 원숭이 섬을 향해 달리는 버스 안으로 하이난의 시골 풍경이 들어 왔다. 해바라기가 피었고 장미밭이 길게 뻗어 있었다. 넓은 채소밭 틈 사이로 일년 삼모작하는 쌀농사를 위한 첫 모내기를 막 끝낸 논들이 군데군데 끼어 있었다.
많은 논밭과 낮은 구렁에는 키작은 망고나무들이 즐비하다. 맛있고 모양 좋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종이봉지를 씌운 망고가 자라고 있었다. 하이난이 관광지로 변한 십수년 전부터 논밭에 벼나 채소를 심는 것보다 망고나무를 심는 것이 농부들에게 더 큰 돈벌이가 되고 있단다. 도로변따라 수백미터 단위로 망고를 파는 가판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 망고 수확 시기인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 높은 아파트가 자주 눈에 띄었다. 국가에서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옛집 대신 아파트를 지어 중국민들에게 무료로 배분한단다. 시골에도 편리하고 살기좋은 계획적인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국민의 보편적 삶의 수준을 더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많은 저항세력을 극복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집 하나 마련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헤아려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