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입국.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를 육로로 가려면 꼭 거처야 하는 국경이다.
노시경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여권을 돌려주지 않고 버스가 국경을 통과하고 있었다. 뒷좌석에 있던 한 여자 여행객이 급하게 소리쳤다.
"왜 출발을 하는 거죠? 우리 여권을 아직 안 돌려줬단 말이에요!"
나도 살짝 긴장했다. 다행히 버스는 검문소를 통과하여 50m 정도를 가더니 다시 멈춰 섰다. 그런데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 여권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행 중에, 오랜 만의 국경 통과라 왠지 어리둥절해진다.
머리 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크로아티아 입국 때 입국 도장을 안 찍어줘서 보스니아 입국하면서 문제가 되었나? 아니면, 우리 버스에 보스니아 입국이 까다로운 나라 사람의 여권이 있나? 여권을 제출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던데 그 사람들은 보스니아 사람들인가?
근심 걱정 별로 없는 아내는 편하게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다행히 한참 만에 나와 아내의 여권, 그리고 모든 버스 승객들의 여권은 무사히 돌아왔다. 그런데 버스 승객 중 어느 누구도 불평하거나 입국 심사가 지체된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신속하게 돌아가는 한국의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발칸 반도의 여행에서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드디어 우리는 크로아티아를 벗어나 보스니아 땅을 밟게 되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보스니아의 네움(Neum). 같은 바다와 같은 산맥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잠시 나라를 옮겨 왔기 때문인지 마을의 느낌이 크로아티아와는 약간 다르다. 도시 이름 '네움'은 '새롭다'는 뜻인데, 이름처럼 새로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