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 상륙하는 미국 해병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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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성공적인 다낭 상륙을 계기로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했다. 그 뒤 이곳에 미군 기지를 두고 전쟁을 수행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향수를 느낄 만한 이유가 있는 장소다. 여기서 북미정상회담을 연다면, 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베트남전쟁을 말하고,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1946~1954)은 프랑스에 맞선 베트남의 독립전쟁을 말한다.
다낭이 미국인들에게 주는 심적 안정은 황석영 소설 <무기의 그늘>에서도 느낄 수 있다. 1989년에 나온 이 작품은 다낭을 중심으로 베트남전쟁을 해석하고 있다. 정글에서 전투하던 해병대 안영규 상병이 합동수사대로 차출된 뒤 다낭을 무대로 전개하는 활동을 다루고 있다. 그의 임무는 다낭 시내로 빠져나간 PX(부대매점) 물건이 암시장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감시하는 것이었다. 그 임무를 받고 다낭에 도착했을 때 그가 본 풍경은 이랬다.
"해변을 따라서 미군의 기지들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가끔씩 군용 차량들이 지나갔고 그중에는 친절한 사람이 있어서 차를 탈 거냐고 묻기도 했다. 주위에는 가끔 뜨고 내려앉는 헬리콥터의 엔진 소리만이 들렸다."
소설 속 묘사이긴 하지만, 전쟁 중에 군복 차림으로 길거리를 걷는 데도 조금도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그를 보고 두려워하는 민간인도 없었다. 제 차에 타시겠느냐며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다. 이 평온이 가능했던 건 미군 기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글에서 매순간 불안감에 떨었던 안 상병은 이곳 호텔에서 편한 삶을 누리며 임무를 수행했다.
안 상병이 느낀 것 이상의 안락감을 당시 미군들은 누렸을 것이다. 안 상병은 어느 정도는 객(客)이지만, 미군들은 어느 정도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미군들의 여유는 상륙 후 이곳 지명을 미국식으로 고친 것에서도 발생했다. 권은의 논문 '물화(物化)된 전쟁과 제국의 시선-황석영의 <무기의 그늘>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다낭 시대에서 스목스택 다리를 건너면 바이방이라는 만(灣)이 나온다. 이곳을 미군들은 자신들의 편의대로 '몽키 마운틴'이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미 해병 제1사단이 자리잡은 곳의 본래 지명은 동대오였지만, 미군들은 '핑크 마운틴'이라고 부른다. 또한 동대오 근처의 삼거리는 '휴맨 웨이스트 크로스'라 명명된다. 제국주의자들이 낯선 식민지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수행한 것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다." -한국현대소설학회가 2014년 발행한 <현대소설연구> 제57호에 수록.
이렇게 다낭은 미국인들한테 편한 곳이었다. 그때의 정서를 기억하고 있기에 미국 정부가 회담 장소로 다낭을 고집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영광스러울 것도 없는 도시다. 이곳에 기지를 두고 전쟁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패배하고 떠났다. 이와 별도로, 다낭에서 벌어진 또 다른 의미의 전쟁에서도 미국은 패했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무기를 통한 전쟁뿐 아니라 경제를 통한 전쟁도 벌였다. 남베트남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미국 상품을 남베트남에 뿌리는 방법으로 베트남 부유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한편, 정식으로 미국 상품을 살 여유가 없는 서민층을 끌어들이고자 PX 물건을 암시장에 흘려보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시도가 다낭에서부터 허물어졌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황석영이 <무기의 그늘>에 투입한 등장인물이 의과대 출신의 베트콩 전사인 팜 민이다. 그의 형은 PX 물건으로 거액을 착복하는 남베트남군 소령 팜 꾸엔이다. 팜 꾸엔은 동생이 베트콩을 배신하고 나왔다는 말을 믿고, 자기의 밀거래를 맡긴다. 그렇게 해서 팜 민 수중에 들어간 물건은 베트콩으로 흘러 들어간다.
미군 물건이 남베트남군 장교를 통해 베트콩에 흘러들어가는 장면은 미국이 수행하는 암시장 경제전쟁이 근저에서부터 허약했음을 보여주는 설정이다. 이런 부패상도 베트남전 패배로 연결되는 한 가지 원인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다낭도 그리 자랑스러울 게 없는 장소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18년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 모델'을 북한에 권유했다. 베트남처럼 살게 도와주겠다며 비핵화를 요구했다. 그로 인해 북미관계에서 베트남이 자주 거론되더니,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는 지금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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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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