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탈제도(평생응시금지제도)가 위헌이라고 말하는 김정환 변호사
박은선
김정환 변호사는 로스쿨생들 사이에서 요즘 말로 '인싸', 'SNS셀럽'이다. 그가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SNS에 로스쿨 학생들의 심금을 울리는 로스쿨 관련 글을 자주 올리면서 유명세를 치른 것. 특히 '그곳이 지옥임을 알면서도'라는 제목의 글이 많은 공감을 샀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그곳이 지옥임을 알면서도 그 지옥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살면서 그런 지옥 한 번쯤 겪어봐야 사람 된다', '사는 게 원래 지옥이다', '지옥을 통해 수련하는 거다', '지옥을 알기에 천국은 더 소중하다' 이런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고... 정작 지옥에 있는 사람조차 그런 사람들 말에 현혹되어 지옥 안에서 지옥을 심지어 즐기려고 자기 세뇌하며... 지옥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 사람들은 말이 없다.
지옥에 너무 여러가지를 넣어도 말이 되니 슬프다. 시간과 성실은 너무 소중한 가치인데... 그것을 지옥을 벗어나기 위한 가치라 폄하하는 이들을 만날 때면 난 그들 앞에서 입을 다물게 된다."
다음은 김정환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변호사임에도 SNS에 로스쿨의 문제, 로스쿨생들의 아픔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에야 변호사가 되어 아직 정체성이 '변호사' 아닌 '로스쿨생'이어서 그렇지 않을까?(웃음) 전북대 로스쿨 6기 졸업생이지만 2018년 7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또 다섯 번까지 시험을 보신 분들에 비할 바 아니나 두 번이나 그 끔찍한 4박5일의 시험을 치르다 보니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게 남은 것 같다.
한편으로 제자들에 대한 책임 탓도 크다. 나는 로스쿨 입학 전, 연세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법관련 과목을 강의했고 로스쿨진학준비 동아리도 지도했었다. 당시 내 지도로 로스쿨에 입학한 제자들이 로스쿨 제도 속에서 아파하고 있는데 나는 변호사가 되었다고, 나는 지옥을 벗어났다고 안도하며 고민을 멈출 수는 없었다."
- '지옥'을 언급했는데, 최근 SNS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게시글에서 '지옥에 여러 가지를 넣어도 말이 되니 슬프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말이 된다'는 것과 '그 말이 타당하다'는 것은 다르다. 내 글의 '지옥'은 변호사시험 학원이 된 로스쿨,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추락하는 합격률에 재시, 삼시를 거듭하는 변시낭인, 그렇게 8년 이상 금전적·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도 졸업시부터 4년째부터는 다시는 변호사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되는 오탈제도 등 현 로스쿨 제도 그 자체다.
나는, 로스쿨 제도를 본래의 취지대로 정상화시키는 것은 현재 제도에 갇힌 이들의 몫이지만 그 제도의 문제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가까스로 벗어난 기득권자의 몫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옥을 벗어난 뒤 다시는 지옥을 생각하지 않으려거나 '타당해 보이지만 결코 타당하지 않은 논거'로 그 지옥이 정당하단 말을 하는 이들을 목격하곤 했다. 답답했다. 그가 다시금 생각해 볼 것을 부탁하는 마음으로 SNS에 그런 글을 썼다."
- '지옥을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요즘 변호사 시장이 불황이라는데 변호사의 수가 대폭 늘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변호사 시장이 불황이라는 언론보도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도 '변호사 1인당 평균 사건 수임건수가 1인당 1.2건' 이라며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고 했는데 그 분석틀부터 비판한 최근의 오마이뉴스
기사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다른 직역보다 변호사 시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불황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설사 변호사 시장이 불황이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정상화되어 변호사 수가 늘면 불황이 한층 심해진다 하더라도 그게 합격률 정상화를 막을 정당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의 자격은, 변호사로서의 지식과 소양을 함양하였는가로 부여되어야지 시장논리로 부여될 성질의 것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가의 자격과 소양 갖추면 누구나 변호사가 되어야"
- 변호사 수가 늘면 당장 본인의 사건 수임료가 줄어들지 않겠나?
"민감한 얘기다. 하지만 나는 '변호사가 전보다 어려워지는 것' 자체가 본래 로스쿨 설립의 취지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늘면서 전보다 수임료가 많이 낮아졌고, 합격률이 정상화되면 지금보다 내 사건이 더 줄고 내 수임료가 더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법학지식을 갖추면 변호사자격을 줌으로써 변호사의 특권을 없애려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해 변호사 수임료 낮추자고 만든 게 로스쿨인데, 그걸 지키겠다고 합격률을 통제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안타깝게도 변호사가 늘면 대우를 못 받게 되니 이를 막아야 한단 생각이 일부 변호사들을 지배하는 것 같다. 이들은, 변호사의 수가 부족해서 그들이 누렸던 특권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변호사가 늘어나는 것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정한 법률가의 자격과 소양을 갖추면 누구나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가 특권을 누렸던 것은 변호사가 되는 것이 숫자로 막혀 있었기 때문에 어려웠기 때문일 뿐이고 그것은 '권리'가 아닌 '반사적 이익'이었을 뿐이다. 자격을 갖춘 이들이 충분함에도 기득권층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진입자들 중 일부에게만 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이는 그 자체로 부당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생각한다.
또 로스쿨 1, 2기 때 너무 쉽게 변호사가 됐다며 그들은 실력이 없다는 실력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일부 변호사들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로스쿨로 들어와 관심 분야의 법 수업을 듣고 공부하여 졸업 후에도 다양한 진로로 나아갔던 로스쿨 1, 2기가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로스쿨 시대의 모범 기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변호사 수가 늘면 변호사들, 특히 청년변호사들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길은 법조계의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이지 상대적 약자인 예비 법조인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송무시장 자체는 한정되어 있대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변호사가 일해야 할 곳들이 많다. 최근 마을변호사 제도가 등장하고 법률홈닥터 제도도 잘 운영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나 일선 교육청에서 변호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제도도 등장했다. 이런 것들은 로스쿨 시대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긍정적 변화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법조 시장 자체를 적극 늘리며 로스쿨의 설립취지인 대국민 법조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변호사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지 다수의 예비법조인들에게 자격 자체를 주지 않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미봉책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 내 수임료가 낮아져도 괜찮다는 얘기는 다른 변호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은지?
"첫째, 비난을 받더라도 올바른 주장이라고 생각하기에 두렵지 않다. 둘째,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스쿨 덕분에 변호사가 된 선배이자 많은 제자들을 로스쿨로 진학시킨 선생으로서 이것이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에 불이익이 있더라도 감수하겠다.
셋째, 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중 많은 이들이 나를 비난하기보다 공감한다며 함께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금의 로스쿨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 예비법조인인 후배들에게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 아파하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로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들 어느 정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사법시험을 거친 변호사래도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느끼며 사법개혁에 공감했던 많은 변호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특권 유지 위해 고시 형태로 만드는 것은 정당하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