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으로 인해 부담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봉건
현실은 어떨까? 5만원권 지폐가 등장한 뒤로는 점차 그것으로 수렴해가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 중에 있다. 적어도 세뱃돈만큼은 만원권 지폐가 예전의 천원권으로 여겨질 만큼 '인플레'가 심해진 것이다. 아이들도 이에 적응된 까닭인지 '신사임당'이 그려진 지폐가 아니면 어느덧 코웃음을 칠 정도다.
여기에 입학이나 졸업 등 통과의례를 치르는 조카라도 있는 날에는 세뱃돈 지출이 몇 배로 껑충 뛰는 건 예삿일이다. 조카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십만 원 정도는 우습게 나간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형제자매와 가까운 친지들을 간만에 만나 즐거워야 할 설 명절이 세뱃돈이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풍속 때문에 부담감에 짓눌려 그다지 즐겁게 다가오지 않게 된다. 가뜩이나 명절이 달갑지 않은 사례는 차고도 넘치는데, 세뱃돈마저 이에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는 꼴이다.
세뱃돈 주고받기 안 하면 안될까?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할는지도 모른다. 액수가 중요한 건 아니니 소신껏 주고받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옳은 해법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비단 체면치레 때문만도 아니다. 손위 형제나 손아래 형제는 이만큼을 준비해오는데, 나만 생뚱맞게 소신대로 했다가 나중에 무슨 원망을 듣게 될는지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일 테니 말이다. 세뱃돈 때문에 형제들끼리 눈치를 살펴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하게 새어나오는 건 다름 아닌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근래 사회 일각에서는 유교식 전통문화를 걷어내자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제사 문화도 그렇거니와 명절 때의 각종 격식 등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부부 사이의 비대칭적인 호칭도 작금의 논란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다고 하여 당장 제사나 명절을 없애자는 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비합리적이고 불편한 것들을 애써 참아왔는데, 이를 조금씩 개선해나가자는 취지이다. 이참에 우리의 세배 문화도 좀 바꿔보자.
새해 첫날 웃어른의 안녕을 기원하며 절을 올리는 문화는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에 따르는 대가로 지금처럼 현금을 주고받는 건 그다지 좋은 풍습이 아닌 것 같다. 기원을 따져보더라도 우리만의 전통 문화라기보다는 앞서 살펴보았듯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풍속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바꾸는 건 어떨까. 사회 구성원 10명 가운데 8명이 부담감을 느낄 정도이고, 게다가 우리만의 전통 문화가 아니라면 굳이 이를 지켜나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참에 세뱃돈 주고받는 풍습을 아예 없애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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