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구치소행 호송차를 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1심이 해당 사건을 '심각한 온라인 여론 조작 행위'로 규정한 만큼, 무죄를 주장하는 김 지사의 항소심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1심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가 '특별한 협력 관계'인 공모 관계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지난 1월 30일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가 2016년 6월부터 지난 2018년 2월까지 김씨와 11차례 만남을 가지며 조직적인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지시·승인했다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댓글조작 규모만 총 9971만 건, 그중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보는 공감·비공감 부정 클릭 횟수는 8800여만 건이다. 김 지사는 즉각 항소했다.
2016년 11월 9일의 진실은?
핵심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느냐 여부였다. 재판부는 판결문 170쪽 가운데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와 운용을 알았는지에 관해서만 43쪽을 할애했다.
킹크랩은 드루킹 일당이 개발한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면 이후 본격적인 여론 조작 활동을 인지하고, 이들과 밀접한 교류를 하며 그 대가로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이 오고 갔다는 공소사실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수사단계부터 재판과정까지 김씨, 킹크랩을 개발한 '둘리' 우아무개씨 등은 김 지사가 일명 '산채'인 경기도 파주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까지 와 약 16분 동안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킹크랩 개발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사무실에 방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킹크랩 시연은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공동체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가 온라인에서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선플'을 달고, 상대 후보에게도 '악플'을 달지 않는 '선플운동' 작업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에서 김 지사를 만난 '둘리'와 '드루킹'의 말을 믿었다. 둘리(경공모 ID) 우아무개씨는 2018년 11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드루킹이 불러 강의실로 들어가니 김 지사가 책상 가운데 앉아 있었다. 3개의 아이디로 킹크랩을 돌렸다"라고 말했다. 우씨에 따르면 김 지사는 '로그인->기사 페이지 이동-> 댓글공감->로그아웃'으로 이어지는 킹크랩 프로토타입(시제품)의 구동 과정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특히 우씨의 진술에 무게를 뒀다. 우씨가 시연에 사용한 핸드폰의 기종을 기억해낸 점, 그날 컴퓨터 로그기록이 진술과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김동원씨가 개발 이야기를 꺼냈고, 김 지사가 끄덕였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졌다. 김씨로부터 김 지사의 지시를 전해 들었다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도 '간접증거'로 채택됐다. 킹크랩 시연이 인정되자, 재판부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보낸 점까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로 봤다.
드루킹 일당의 엇갈리는 진술, 항소심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