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
이희훈
-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미국 국가정보국은 북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평가했다.
"북미가 이제 협상을 시작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지금 미국 정보기관이 북의 비핵화를 믿는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국가정보국장이 의회에서 일종의 보고를 하다 나온 발언이다. 그런 자리에서는 증거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직 그럴만한 게 없잖나. 정보기관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말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미가 합의를 만들어냈고 올해 안에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실천해도 불만족하다거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말은 계속 나올 거다. 그래도 이 실천을 또 다른 합의로 이어가야 한다. 이 과정을 신뢰해야 한다. 못 믿겠다는 이유로 이 과정 자체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실천이라는 건 없다고 봐야 하나.
"북미 핵 협상은 30년 된 문제다. 그동안 해온 걸 보면, 양자회담, 다자회담 다 했다. 어르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봤고 결국 다 실패했다. 실제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사람들도 과거 실패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을 거다.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증거가 나오거나 북이 속였다고 보이는 게 있으면 쉽게 흔들린다. 나라고 다르겠나,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을 만큼 흔들릴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못 믿겠으니 판을 엎어야 할까. 그럼 다른 방법이 있나. 없다.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이 과정이 굴러가게 하는 것밖에 없다.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에게 '그래서 못 믿으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어야 한다."
- 6.12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언급됐고,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는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가 명시됐다. 남북(미)은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나.
"비핵화 정의는 논쟁적인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합의라는 게 있다. 그런데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잖나. 어떤 사람들은 중·단거리 미사일 없애고 재래식 무기를 파는 것도 안 되고 평화적 핵 이용도 당연히 안 된다고 한다. 여기에 핵기술자를 외부 반출할 때 누가 비용을 대는지까지 얘기해야 한다고 한다. 이걸 다 해결해야 완벽한 비핵화라는 거다. 그런데 이건 비핵화가 아니라 비무장화 아닌가?
일본이나 미국 내에서 과거의 비핵화 협상에 참석한 사람들은 불신이 많다. 이들은 모든 것이 제거된, 즉 평화적 핵 이용 권리까지도 제거된 비핵화를 말하는 거 같다. 실무진은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고민할 거고. 유일하게 남은 건 검증이다. 검증으로 신뢰 쌓고 다시 검증하면서 점점 위협의 수준을 낮춰가야 한다."
-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핵물질 동결 혹은 영변 핵실험장의 국제기구 사찰·핵물질 해외반출을 논의한다는 말이 나온다. 어떻게 보나.
"지금은 비핵화 과정을 쪼갠 상태다. 미국이 핵탄두, 핵물질, 핵시설, ICBM을 쪼갠 건, 북의 핵 능력이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거다. 북은 핵물질이나 핵탄두를 더 생산하지 않는 거, 즉 핵 능력을 더 증가하지 않게 하는 것으로 협상하며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기 바랄 거다.
미국은 북이 만든 핵물질 반출을 원할 수 있다. 북미가 접점을 찾아야겠지만, 핵심은 북의 핵 능력 중 일부가 제거됐다는 걸 증명해내는 거다. 첫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한번은 거쳐야 신뢰가 만들어지고,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우리가 정상일까, 북이 정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