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고교 교육, 국제 수준에 많이 떨어져"정도상 박사는 "우리 교육,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의 교육은 국제 수준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고 그 방향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도상
- IB 도입에 따른 비용 문제를 많이 걱정하시던데.
"IB 학교로 인증되면 학생 수와 상관없이 학교당 연간 1100만 원, 최종 평가(Diploma)에 100만 원이 들어가죠. 인증 과정, 교사 양성, 한국어 번역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있다는데 교육청이 담당할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저는 교육청에서 책정한 3~4억 원의 비용을 우리 교육 변화에 쓰면 좋겠습니다. "
- IB 도입 전에 어떠한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특수한 목적(유학생 교육)을 제외하고 공교육에 IB 도입을 반대합니다. 따라서 IB 도입에 선행해야 할 어떠한 문제도 고민하지 않습니다."
- IB로 인해 사교육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하시는지요?
"IB 도입으로 사교육이 증가한다거나, IB 학교를 귀족학교로 간주하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IB 유형의 교육은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입니다. 이것은 유럽에서는 보편적인 교육방식입니다. IB를 귀족학교로 간주하면 비슷한 교육을 하는 유럽의 모든 학교들이 귀족학교라는 의미인데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유럽에는 사교육도 없습니다. 이 학교들은 그냥 평범한 학교입니다."
- 교육은 수입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를 봤을 때, 헌법에서부터 심지어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 분야에서도 수입해온 학문이 대부분인 현실입니다.
"하하, 교육과 물건이나 제품의 수입을 동등하게 볼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없으면 수입해야지요. 원유도 수입하고, 천연가스도 수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의 교육을 수입하는 나라는 거의 없어요. 교육 틀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지만 그 방법이 수입은 아니라고 봅니다."
- IB를 도입하지 않는 게 좋겠다면, 서술논술형 평가방식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요?
"국가마다 대학입학자격시험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평가 내용과 방식에는 거의 차이가 없어요. 독일의 아비투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핀란드의 윌리오삘라스뚜뜨낀또 등 대부분의 시험은 에세이와 논술형, 서술형입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교사들이 평가합니다. 이러한 가르침과 배움 그리고 평가는 아주 보편적이고, 평범한 방식이지요. IB도 그중의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만 특이하고, 이상한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한국은 평가방식을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요?
"우리도 이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저는 10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능은 반교육적이니, 그 명칭을 '대학입학자격시험'으로 정해서 2029년부터 에세이와 논술형, 서술형으로 바꾸는 거죠. 그러면 지금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부터 미래의 시험을 염두에 두고 학습할 것이고, 수업도 바뀔 수밖에 없겠지요.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 스스로 생각해서 글 쓰는 아이들로 성장하는 거죠. 교사들은 아이들이 쓴 글과 과제에 첨삭을 해 주어야겠지요.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대학입시잖아요. 그러니까 대학입시를 진짜 교육을 할 수 있는 바꾸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거죠. 교사들의 교육 목표와 철학이 대학입시와 일치하면 신나서 열심히 가르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