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 누룩과 술밥, 물을 같은 비율로 섞는다. 정월초하루가 다가올수록 항아리에선 술 익는 소리가 수런수런 나고 맛이 깊어질 것이다.
<무한정보> 김두레
우리 고유의 설 명절이 다가온다.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 조상들께 새해인사를 드리고 서로가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덕담으로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정성스레 마련한 음식과 함께 떡국으로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예산 지역에 명절 아니어도 술 익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가정이 있다. 충남 예산군 신양면 죽천리 박천희(75)·이선희(70) 부부. 설을 앞두고 새 술을 빚는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난 달 21일,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한 집에서 밥 짓는 냄새 머금은 김이 퍼져 나온다. 술 단속을 나오던 시절, 혹여 술 익는 냄새 퍼질까 마음은 졸여도, 손은 놓지 못했던 박씨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어져온 귀한 술이다.
"시집 오고 나니까 집에서 항상 이 술을 빚더라고요. 시어머니께 술 빚는 법을 배웠어요. 처음에는 많이 버렸죠. 잘못 만들면 시니까... 아버님 때부터 전해오는 술이라 우리 아저씨도 좋아해요. 이거 마시면 평소에 일할 힘도 얻고 그런대요. 그래서 한창 더운 7~8월만 빼고 만들어요."
이선희씨가 들려준 박씨 집안 가양주의 역사다. 그렇게 말하고는 잘 빻아놓은 누룩을 꺼내 깨끗한 천막 위에 고루 펼친다. 술밥이 다 되면 한 몸이 될 준비가 끝났다.
"누룩은 방앗간에서 밀로 만든 것을 사와요. 집에서 짚으로 싸 열흘 정도 더 띄우죠. 잘 떠야 좋은 술이 빚어지니 누룩 띄우는 것부터 중요한 과정이에요." 고두밥 짓는 찜솥을 여니 구수한 김이 얼굴을 크게 덮는다.
"술밥 한번 드셔보슈." 박씨가 술 담을 항아리가 있는 방을 덥히기 위해 화목 보일러에 불을 넣다가 고두밥 푸는 것을 보고 한마디 건넨다.
김을 모락모락 내며 부서지는 밥을 뭉쳐 입에 넣었다. 보슬보슬하고 참 고소하다. 직접 농사지은 찹쌀과 멥쌀로 술밥을 지으니 맛이 좋을 수밖에.
정성 가득 차오르는 술
이씨가 밥과 누룩을 섞기 시작한다. 고루 섞일 수 있게 슬슬 식혀가며 충분히 버무려야 좋단다.
박씨도 대주걱을 가져와 거들며 재밌는 사연 하나를 전했다.
"우리는 밥이랑 누룩, 물을 거의 같은 비율로 넣어요. 물을 많이 안 섞으니까 도수도 웬만치 돼. 용수 박아서 맑은 술을 뜨는 게 아니고 소쿠리에 짜서 막걸리 같이 탁주로 저어가며 떠먹어요. 그러니 뻑뻐억해서 '뻑주'라고 불러유. 내 집서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거쥬.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