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만큼 중요한 게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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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상위 10위 안에 드는 각 대학 경제학부 조교수들을 조사한 결과, 성의 첫 알파벳이 빠를수록 종신 재직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공동으로 쓴 논문일 경우 저자의 이름을 알파벳 순서로 기재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체육계의 경우, 세계 최고 아이스하키 선수들 가운데 40%는 1, 2, 3월 생이다. 생일 커트라인을 1월 1일로 잡아서다.
책은 또한 세계적으로 개인 간에 나타나는 소득 격차의 온갖 문제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국가와 그 국가내부의 소득 분배, 두 요인으로 절반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용한다.
미국에서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소득의 상관관계는 0.5나 되며, 이는 부모의 키와 자식의 키 사이에서 나타나는 연관성의 크기와 비슷하다. 물론 부모는 선택되지 않고 자라온 환경도 스스로 만들 수 없으니 운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책은 재능과 노력이 있어도 기회를 항상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행운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이유는, 사후 과잉확신 편향 때문이다. 책에는 이례적인 성공을 목격한 사람은 사후 과잉확신 편향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도 예측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성공이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었는데도 응당한 노력으로 인하여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일이 생긴다.
"성공에 있어서 행운의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탓에 생겨나는 조세 저항은 미래 세대가 행운을 누리는 데 필요한 공공 투자를 더 어렵게 만든다." - 181쪽
저자는 행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모두의 행운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본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은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커다란 행운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좋은 환경을 유지해서 다음 세대에도 행운을 지속시켜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공 투자를 통해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질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 책은 인생에 작용하는 행운의 영향을 우선 설명하고, 타인과 사회를 위한 제도 제안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이해하기 쉽다. 또한 저자가 유머가 있는 사람인지 자신의 인생에 있었던 독특하고 운이 따랐던 이야기들을 섞어서 행운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성공적인 삶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삶의 이모저모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에 일독할 필요가 있다.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 행운, 그리고 실력주의라는 신화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정태영 옮김,
글항아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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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으로 성공했어요"... 이 말, 얼마나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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