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당 장일순 선생 기념관 무위당 장일순 선생 기념관에서
김수종
이즈음 장일순은 서울의 대학가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초청에 따라 강연을 하였다. 1991년 2월에는 가톨릭농민회 제21차 대의원총회에서 기념 강연을 초청받고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있다」는 연제로 강연을 했다. 나중에 녹색평론사가 장일순의 책을 낼 때 표제로 쓴 제목의 강연이다.
저는 사실 60년대 중반 가농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서울 명동회관에 있던 가농에 가본 기억밖에 없어요. 무서워서 못 가봤습니다. 가농에 가면 붙잡혀갈 것 같아서 겁이 나서. (웃음) 주변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오시지는 말고 일러만 주십시오." 자꾸 그러고 가농이 빨갱이라 가까이 하지 말라니, 가까이 하지도 못하고 멀리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일생을 보냈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가농 본당에 와보니까 감동이 아주 참 깊습니다. (주석 1)
장일순의 강연은 솔직하고 구김이 없는 대화체이다. 해서 듣는 사람들이 편하고 쉽게 공감을 일으켰다. 어려운 고전도 그의 입을 통하면 쉽게 풀렸다.
노자에 그런 말이 있어요.
'생이불유요 장이부재라(生而不有 長而不宰)'.
이것은 자연하고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귀중한 제목입니다. 자식은 자기가 낳지마는 그 자식은 자기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랬어도 그 사람들을 야, 자 하고 부리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그 말이에요.
야, 자 하고 마구 부리는 그런 태도는 다시 얘기해서 독재의 태도요 내 맘대로 하려는 태도요 소유하려는 그런 태도란 말이에요. 그건 자연스런 태도가 아녜요. 자연은 소유하려는 게 없어요.
(주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