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의 한 장면.
판씨네마(주)
한국의 무거운 교육 현실에 답답함을 느낄 때쯤 우연히 영상 한 편을 접하게 됐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2015년 작품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에서 핀란드의 교육을 다룬 부분이었다. 핀란드 교육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교육의 이상향' 정도로 국내에 자주 소개되곤 한다. 영상에서는 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핀란드 교육과 교사, 학생의 인터뷰가 담겨 조금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어 감독은 1960~1970년대에는 핀란드의 교육수준이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핀란드가 교육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을 찾는다. 교육부 장관, 교사, 학생을 만나면서 숙제가 없는 학교, 객관식 시험이 없는 교육에 놀란다. 이런 핀란드의 교육 비결은 미국이 시·음악·미술 등 예능수업을 대학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줄여버린 것과 대비되어 비친다. 미국식 교육이 당연하다고 여긴 무어 감독에게 핀란드 교육 현장은 매우 흥미로운 신세계다.
영상을 보면서 아침 일찍부터 어린이집으로, 유치원으로 떠밀려 간 아이들이 생각났다. 행복을 찾는 학교,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 학교 간 서열이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핀란드를 우리가 닮기 어려운 것일까? 이미 정해진 하나의 길로 퇴로가 없는 경쟁이 아닌, 아이들이 가진 재능을 발견하고,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가 아닌,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은 불가능한 것일까? 부의 대물림이 교육을 통해서도 이뤄지는 비정상적인 현실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드라마 'SKY캐슬'에 등장하는 부모든, 현실의 부모든, 자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잘 키워보겠다는 이들이 가진 욕망의 복합체가 오늘 한국 교육의 현주소다. 인간의 욕망이 먼저인지, 사회 시스템이 먼저인지, 선후관계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한국 교육에서만큼은 시스템이 욕망을 표출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욕망을 억제해야 한다. 입시제도, 교육정책만이 욕망의 공고한 틀을 해체할 수 있다.
'SKY캐슬'은 이번주에 종영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당분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서 헤맬 것 같다. 아이들에게 오늘과 다른 내일을 약속할 수 없음에 답답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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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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