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남녀노소 모두의 추억을 싣고 달린다. 인도 기차에서 만난 가족.
류태규 제공
아득하게 깔린 레일 위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를 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추억 없이 존재하는 인간이란 세상에 없다.
2019년 오늘의 한국은 시속 300km에 육박하는 초고속 열차가 보편화됐고, 북쪽 끝 서울에서 남쪽 끝 부산까지 2시간 30분이면 가닿는다. 서울과 호남의 끝자락, 서울과 강원도 역시 마찬가지. 아침 일찍 출발해 업무를 보고 오후에 돌아오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 하지만 불과 40년 전만 해도 그건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비둘기호 혹은 통일호라는 이름의 한국 기차들은 시속 50km 안팎의 느린 속도로 이 땅을 오르내렸다. 승객들의 지루한 시간을 견디게 해주려 객차 안에선 삶은 달걀과 사이다, 김밥과 땅콩 따위를 팔았다.
조그만 수레를 밀며 판매원이 지나갈 때면 과자를 사 달라 떼쓰는 아이와 "자꾸 이러면 혼난다"라고 야단치는 부모를 보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비행기나 버스보다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나간 날의 낭만과 추억을 소급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고 싶은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호찌민에서 냐짱까지 남중국해의 푸른 물결을 보며 달렸던 베트남 기차여행, 이스탄불에서 에르주룸을 향해 32시간을 꼬박 달린 터키 기차여행, 열차의 속도가 자전거만큼 느렸던 동유럽 알바니아에서의 여행 등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