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순 선생무위당 장일순 선생
무위당 사람들
한국 현대사회에서 이만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분이 몇 사람이나 될까.
더욱이 장일순은 전문학자도, 철학교수 또는 종교지도자도 아닌 평범한 인물이다. 군사쿠데타 주동 인물의 하나인 노태우가 대통령 후보에 나서면서 '보통사람 노태우'를 들고 나오면서 정치용어로 크게 오염되고 말았지만, 장일순이야말로 이 땅의 보통사람이었다.
장일순이 제자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주 한 말이 있었다. 글씨로도 써서 나눠주었다.
'저파비(猪怕肥)'였다.
돼지 저 자, 두려울 파, 살찔 비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돼지는 살이 찌면 도살당하기 때문이다.
'저파비' 앞에 '인파출명(人怕出名)'이 있었다.
"사람은 세상에 허명이 나는 것을 두려워 하라"는 뜻이다. 군사정권기는 물론 지금도 얼마나 많은 명사들이 허명을 날리다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가. 장일순은 이를 경계하고 항상 허명을 내지 않으려 애썼다. 마음을 비우는 일, 달리 말하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고 이웃들에게 솔선하였다.
불가(佛家)의 선(禪)에 허회자조(虛懷自照)라는 말이 있어요. 자기를 비운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노자의 도덕경에도 있고, 또 성경에도 있습니다. 복음을 보면 예수가 산으로 자꾸 올라가시지요. 세상에 내려가니까 자꾸 따지고 이것저것 얘기를 해. 사람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고 욕심만 부려. 그렇게 되니까 답답해서 산으로 올라가서, 어찌 하오리까 하거든. 가서 좌선을 해요. 하느님과의 대화란 건 뭐냐. 자기를 비우고 스스로 그 비운 마음을 보는 거예요. (주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