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하루 수입 지출 기록도 합니다만, 하루가 힘들다면 일주일 단위부터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이준수
배우자에게 추상적인 명제보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여줘야 합니다. 누가 돈 버는 걸 마다하겠습니까. 절약하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 반드시 부채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겁니다. 지긋지긋한 신용 카드 할부와 대출금을 다 갚았을 때의 쾌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본주의 족쇄로부터 벗어난 장발장이 되어 소리라도 치고 싶다니까요.
"나는 지금부터 플러스 인생이다! 이자는 내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기쁘시죠? 그럼 지금부터 월간 계획 짜는 법을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로 월급이 정해진 날짜에 예측 가능한 규모로 입금되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감안하여 읽어주세요.
우선 달력을 펴 놓고 월중 행사를 적습니다. 누구누구 결혼식, 동생 생일, 겨울 평창 여행같이 굵직한 일정이 잡히겠지요. 그 일정을 바탕으로 월간 예산을 잡습니다. 예상 수입은 플러스, 예상 고정지출 기타 지출 변동지출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고정지출은 관리비, 전기세, 통신 요금, 보험료 등이 해당되고 기타 지출은 경조사비, 기부, 재산세 정도가 되겠지요. 고정지출과 기타 지출은 어차피 나가야 할 돈이기에 줄이기가 어렵습니다. 핵심은 변동지출입니다.
변동지출에는 식비, 의복미용비, 생활용품비, 교통유류비, 의료비, 여가활동비가 포함되는데 저희는 식비와 의복미용비, 생활용품비에서 예산을 아끼는 편이에요. 과거 체크카드 내역을 정리해보니 의외로 외식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더라고요. 제일 많이 쓴 달은 150만 원에 육박했습니다. 외식 마니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이 많이 일해야 했어요. 닥치는 대로 외부 강의를 수락했고, 수당이 떨어지는 프로젝트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목과 어깨가 늘 결렸어요. <월든>에서 소로우가 지적한 가엾은 현대인의 모습이 딱 저였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먹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라, 양질의 음식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값비싼 외식을 대신해 집밥을 제대로 차려 먹었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풍성하게 구입해도 외식비의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요리와 설거지의 수고로움은 건강한 노동으로 감수해야 하지만요. 저희 집은 아내가 요리, 제가 설거지와 분리수거를 합니다. 서로의 적성대로 합의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