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한복을 입고 고궁을 관람하는 사람들
권오철
김 대표는 "한복을 중국, 베트남 등에서 생산하면서 속치마도 없고 고름이 뒤로 가거나 없어지는 등 진짜 한복이 아닌 단순히 의류만 찍어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대여한 한복이 관리되지 않아 목에 때가 꺼멓게 물들어있고, 밑단에 구멍이 나 있다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사업 수익만을 생각하니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미 대표와 길기태 기획실장은 다시 한 번 한복업계의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한복이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도록, 20년 전에는 한복 대여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문화콘텐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해요. 먼저 한복디자인을 개선하고 의미 있는 한복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기업 형태보다 사회적기업이 더 적합하리라 생각한 김 대표는 2017년 상반기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사회적기업 창업 과정'을 공부하면서 소셜벤처를 준비해, 2018년 7월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8기로 선정되어 함께일하는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사회적기업가란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고, 궁긍적으로 시스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을 칭한다.
일회성 체험한복 넘어 한국역사 배우는 장 마련돼야...
길기태 실장은 현재 체험한복의 사회적문제를 "정체성 없는 한복디자인의 범람과 품격이 사라진 한복체험 문화"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복업계의 근원적인 문제는 한복의 국내 생산비가 너무 고비용 구조라 외국산 저가·저질 한복이 대거 수입되면서 위기에 빠진 것"이라 설명했다.
위기에 빠진 시장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이화여자대학교와 한복디자인 R&D(연구개발)를 통해 '한복 디자인 및 생산 최적화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라며 "개발된 디자인을 국내 한복 기능인들과 생산할 계획이고, 수입산 저가한복과 비교해 디자인과 품질은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춘 상품을 제작해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연구개발 성과를 기존 한복대여업체와 공유해 한복산업 전체가 질적으로 성장할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길기태 실장은 한복체험 프로그램이 단순히 한복을 입고 고궁 주위를 맴돌며 사진 찍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에 숨어있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 콘텐츠를 발굴해 프로그램 참가자가 문화적인 가치와 의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참가자 10여 명과 함께 인사동 일대 독립운동을 펼친 장소를 찾아다니며 미션을 해결하는 게임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이틀 뒤, 음력 7월 7일 칠석날에는 견우직녀의 오작교를 모티브 삼아 서울로7017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또 9월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종로 한복축제에 참가해 100여 명의 한복 체험을 지원했고, 10월에는 한복진흥센터에서 주관하는 한복문화주간(한복위크)에 참여해 1주일간 경복궁과 덕수궁에서 한복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