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동물권단체 케어 사무실의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와 달리 사설 보호소 대부분이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개체 수가 끝없이 늘어나고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기동물 보호소를 생각하면 대부분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열악한 환경을 떠올린다. 환경이 열악하니 선뜻 발을 들여 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입양자가 적다 보니 개체수는 더 늘어난다. 사설 보호소 중에는 굳이 입양을 보내지 않고 그냥 보호소에서 평생을 보살핀다는 개념으로 구조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돌봄의 한계는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동물 구조나 보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안락사 없는 사설 보호소가 정부나 지자체에 비해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동물보호를 논의할 때 전문가로서 자문을 얻거나 지자체 활동을 실제로 이끄는 것도 대부분은 케어와 같은 동물보호단체였다.
그런데 사설 보호단체는 유기동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제로 어느 정도나 짊어질 수 있을까? 적극적으로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스템을 갖추기 앞서 당장 하루하루를 버티기에 벅찬 보호소들도 많다. 후원금이 없어 개인의 재산을 거의 쏟아부어 운영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사설 보호소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 역시 현실적으로는 여태껏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 뿐 법적 규정에 있어서는 사각지대에 가까웠다. 사설로 운영하더라도 동물 보호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 범위는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당장의 보호소뿐 아니라, 반려동물 입양과 파양, 유기 등에 걸친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꼽히는 독일의 선진국형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 역시 동물을 살처분하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운영되고 있다. 각 동물의 체고에 적합한 최소 면적을 제공하며, 입양되지 않는 동물도 평생 보호하는데 입양률은 무려 90%에 이른다고 한다. 개인 간의 동물 매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실상 티어하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입양 역시 충분한 상담을 거쳐 입양자가 동물을 기르는 데 적합한지 다방면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파양률이 낮다. 티어하임은 기업과 시민들의 후원금, 회원비, 상속 및 증여금 등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펫숍이나 마트에서 쉽게 동물을 사고 버릴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 단번에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렵겠지만, 반려동물의 입양에서부터 유기동물 보호소의 운영 관리까지 총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재고해볼 필요는 있다.
케어의 박 대표가 무분별한 안락사를 시행하고 후원자들을 기만한 것에 대해 명확한 사실 확인과 그에 따른 처벌 절차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동물보호에 대한 회의적 태도나 무관심을 야기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사설 동물 보호소의 시스템과 관리, 그리고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의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어떤 생명에 관여하는 일은 반드시 그만한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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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진 케어 사태... 안락사는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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