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근무했던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18일 오후 모습.
이희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말 그대로 개정만 되었을 뿐 죽음의 방기를 완전하게 멈춰 세울 스위치는 되지 못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태안화력 발전소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9호기와 10호기를 호시탐탐 재가동 하려는 빌미를 찾기 위한 말과 구호이다. 그리고 지역 여론의 이름으로 무엇인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파인텍 굴뚝 농성장 천막 안에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처음 만났다. 파인텍 두 노동자 굴뚝 농성이 408일을 넘어가던 시간. 파인텍 조합원들이 자리를 잠시 비운 시간이었다.
굴뚝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싶다며 아버님과 이모님도 함께 천막을 찾았다. 우연하게 천막 안에 앉아 있었고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채 이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첫 만남이기도 하고 아들 잃은 어른께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 마른 풀처럼 바짝바짝 말이 말랐다. 목도 탔다. 그저 천막 안 이 곳 저 곳을 쳐다만 봤다.
어머니가 굴뚝 농성하던 홍기탁과 전화 통화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양손을 다소곳이 전화기를 떠받들 듯 들고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러워했고 건강을 염려했다. 통화가 끝나고 앉아 있던 사람들과 짧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이야기 내내 우리들의 표정을 살피는지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천막 밖에선 아들 또래의 청년 한둘이 서성이고 있었다.
사진작가 한 명과 태안을 들렀다. 한번 가야지 하면서도 선뜻 운전대를 잡지 못했는데 어머니를 가까이서 보고 나서는 더 미룰 수 없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태안화력 발전소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파란 하늘 위로 끝없이 휘감겨 올라가는 하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 가운데 연기가 나지 않는 굴뚝이 있었다. 아마 사고가 발생한 9호기 10호기로 보였다. 그 시간 목동 열병합 발전소 위 농성자들이 오른 굴뚝도 연기가 멈춰 있었다.
태안화력과 쌍용차를 대하는 소위 '지역 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