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 '한국당 입당을 위해'황교안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입당식을 위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전 총리의 정치 도전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 보수진영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라는 것은 분명하나 그만큼 변수도 많다는 지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2월 27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입당할 뜻을 피력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전대 출마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심재철·정우택·주호영·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과의 당권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가 당내 계파 갈등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선거인만큼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간 치열한 갈등과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2018년 12월 원내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후보를 측면 지원한 친박계에게 완패를 당한 비박계로서는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도 패배할 경우 생존을 위협 받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당내 사정을 고려하면 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황 전 총리에 대한 비박계의 집중적인 견제와 비판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당장 한국당 내부에서는 황 전 총리의 입당과 관련해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박계인 심재철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이 공격당하고 탄핵소추 당할 때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나"라며 "간신히 탄핵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 당의 지지율이 회복에 접어들어 좌파 권력에 맞설 만해지자 무혈입성해 보스가 되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에 답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황 전 총리를 향한 우려는 친박계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홍문종 의원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황 전 총리의 입당과 관련해 당내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홍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 (황 전 총리가) 무슨 일을 했느냐"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있다며 "그분이 실질적으로 (당에) 들어오기 전에 이렇게 저렇게 다리미질을 잘해서 당내 분위기를 (잘 조성했어야 했는데), 그리고 본인이 후보로서 해야 될 일들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일들에 대해서 너무 소홀하신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꼬집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황 전 총리에게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는 사실이다. 주지한 것처럼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아래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그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를 표명한 적이 없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한목소리로 황 전 총리 비판에 나서고 있다.
황 전 총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재임시절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등을 주도했으며,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한대행 시절에는 박영수 특검팀의 활동 연장을 거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를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황 전 총리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이처럼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은 결국 차기 대권을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관료·학자 출신 인사들의 대권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는 점이다. 가깝게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그랬고, 멀게는 이회창 전 총리가 그랬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고건·정운찬 전 총리 역시 이 징크스를 피하지는 못했다. 여러 해석이 분분하지만 관료로서, 학자로서 순탄한 길을 걸어온 그들이 정글과도 같은 현실정치의 살벌함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황 전 총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당권을 넘어 대선까지 순항하기 위해서는 당 안팎의 극심한 견제와 비판을 이겨내야 한다. 그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과 의혹 역시 불식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농단의 한 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야 한다. 황 전 총리의 약점으로 지목받아온 표의 확장성을 위해서라도 이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부분이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과제다. '꽃길'을 걸어왔던 황 전 총리의 정치 도전이 녹록지 않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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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반기문·이회창 징크스'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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