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달팽이의 빈 껍질, 동토의 땅 어딘가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김민수
한 농가의 비닐 하우스에는 싸리를 엮어 만든 자리에 알밤이 말라가고 있었고, 한 켠에는 달팽이의 빈 껍질이 놓여있었습니다.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 우리의 삶의 상징이 아닌가 싶어 슬펐습니다.
비정규직 김용균은 빈 껍데기가 되어 세상을 등지고, 제 집을 지켜보고자 400일 이상 높은 굴뚝에서 생존권 투쟁을 하던 파인텍 노동자들은 죄인인 듯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가짜뉴스에 편승한 이들은 광주민주화운동마저 욕보이고 있습니다. 거기에 '애국가'를 만든 이가 친일을 넘어 친나치일 수도 있다니, 나의 조국은 빈 껍데기만 남아 바스러질 날만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우울합니다.
껍데기를 보내지 못하고, 껍데기가 주인 행세하는 겨울 공화국으로 회귀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