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소연
- 농구선수 출신이다. 이번 체육계 내 성폭력 사태를 어떻게 봤나.
"저도 중학생 때부터 농구를 시작해 실업팀까지 활동했다. 한 여고 농구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공립학교라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했다. 거긴 감독의 구타나 폭력은 거의 없었는데, 다른 학교 친구들 얘길 들어보면 '기합 준다'는 이유로 맞는 경우가 많았다. 시합도 아니고 연습경기였는데, 감독이 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며 농구코트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선수를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발로 차고 때리는 걸 본 적도 있었다.
제가 그렇게 선수로 뛴 게 1970년대니까 벌써 40~50년이 지난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행태와 관행이 체육계에 남아있다는 데 놀랐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더 심각한 성폭력이 고발되는 걸 보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조재범 전 코치 뿐 아니라 더 많은 가해자가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 작년 국정감사 때도 체육계 내 성폭력 문제를 지적했는데.
"제가 당시 대한체육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징계받은 860건 사례 가운데 징계 뒤 복직·재취업한 게 299건, 심지어 징계를 받는 중에도 복직·재취업한 사례가 24건이나 됐다. 가해 감독이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복직하거나, 성추행 혐의로 영구 제명된 전 국가대표 코치가 다른 장애인실업팀 코치로 재취업한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언제든 다시 마주칠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피해자가 솔직하게 고발할 수 있겠나.
오늘(14일) 문 대통령도 언급했는데, 코치·감독이 선수의 출전·진학·취업 등 이들 미래를 쥐고 있는 현실, 그래서 선수가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허점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큰 문제라고 본다. 이런 전권을 가능한 줄이고, 폭력과 성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지도자들이 다시는 체육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성폭행 같은 경우 한 번만 저질러도 영구 제명이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를 완비해 체육계에서 퇴출해야 한다."
"흩어져있는 징계 정보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 징계를 받은 감독·코치가 현장에 복직·재취업하는 게 가능한 이유는 뭔가.
"실제 현장에선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 선발부터 관리, 출전까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그 감독의 징계를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서로 친한 경우도 잦다. 그렇다 보니 징계를 받은 감독들도 심사 뒤 재취업·복직해 버젓이 활동하는 거다. 심지어는 징계를 받았다는 정보 자체를 기관끼리 공유하지 않아서, 성폭행·성추행을 저지른 체육지도자가 다른 곳으로 가서 조용히 다시 취업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재 관련한 신고 시스템은 문체부 내 스포츠 비리신고 센터와 대한체육회 내 클린스포츠센터(비리)&스포츠인권익센터(인권침해) 등이 있지만, 나뉘어서 관리되는 신고체계와 문체부의 징계 권한 부존재, 그리고 체육계 폐쇄적 관계망으로 인해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
- 구체적 해결방안은 없나.
"정보를 일원화해 종합·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문체부나 대한체육회가 교육부·교육청에 자료를 제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성폭력을 저지른 감독들은 다른 스포츠 단체나 교육기관으로의 재취업이 아예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 초·중·고교의 체육지도자가 되려면, 이런 성추행·성폭행 등 관련한 징계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본다. 스포츠 공정·인권 업무를 전담하는, 일원화된 독립기구인 '스포츠 윤리센터'를 설립하는 법안이 현재 발의돼 있다.
처벌 강화와 더불어 징계에 불복했을 때 이를 다루는 스포츠공정위 심사위원들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부여해야 한다. 징계자의 범죄 재발 시 심사위원 해촉 등, 솜방망이 징계를 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솜방망이 징계 한 사람들에게도 책임 물어야"
- 감독에게 전권이 부여되는 현실을 바꾸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미국의 경우 2016년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가 선수를 성추행·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징역 175년 형을 받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미국체조협회까지 선수들에게 1674억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된 바 있다(※54세 남성 래리 나사르가 지난 20년 동안 여자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로 근무하면서 모두 260명이 넘는 여성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됨-기자 주)
전권이 주어지다 보니, 일부 감독들에겐 선수가 자기 소유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선수의 인생이 감독의 것은 아니다. 이들이 한 번이라도 성폭행을 저지르면 영구제명 및 퇴출하는 등 강력히 처벌했으면, 그래서 체육계 성폭력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가 시작되는 곳이 주로 학교 체육 현장이라는 점에서 볼 때, 문체부뿐 아니라 교육부, 교육청 및 일선 학교 등이 협업해 함께 근본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쇼트트랙 선수, 유도 선수들의 피해 고발을 보면서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생각해봤다. 다른 사람들 경우에도, 이런 피해를 처음 알렸을 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함께 적극적으로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구타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이런 피해 고발로 인해 피해자가 고통받는 상황이 아니라, 가해자가 처벌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최근 실명을 내걸고 고발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다음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나왔다'는 거다. 이제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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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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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감독, 선수가 자기 소유라 인식 한번이라도 성폭력 하면 영구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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