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재판 마친 이명박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며 손동작과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이희훈
보수 개신교계의 '표' 결집력은 선거에서 두드러진다. 2007년 대선에서 보수 개신교는 소망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단 종파인 신천지와 유착 의혹을 받자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한기총은 해명 기자회견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했다.
보수 개신교계는 현실 정치에서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이 추진하는 의제에도 지지를 아끼지 않아왔다. 이 같은 선례에 비추어 볼 때, 황 전 대행의 등판으로 보수 개신교계가 다시금 결집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2007년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보수 개신교는 보수 정권을 지지한 데 따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종교전문기자로 활동하는 백중현은 자신의 책 <대통령과 종교>에서 이렇게 적었다.
"개신교는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키웠지만, 이명박 집권기를 거치면서 여러 형태의 위기상황을 맞는다. 이미지와 신뢰도, 교세의 동반하락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개신교의 하락 양상은 박근혜 전 정권 시절 더욱 가속화됐다는 판단이다.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고, 12.28한일 위안부 합의·역사 교과서 국정화·개성공단 중단 등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의제에서 어김없이 정권의 우군을 자처한 데 따른 결과다.
더구나 지금 보수 개신교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 받으며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물론 매주 주말, 그리고 3.1절, 8.15광복절 등 중요한 시점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극기를 흔드는 이들 가운데엔 보수 개신교 신도들이 꽤 많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지만 정권 자체를 흔드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본다. 실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며 대규모 거리집회를 주도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기도 했으니까.
이런 상황임을 감안해 볼 때, 황 전 대행이 보수 개신교의 결집을 이끌어 낸다 해도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보수 개신교계는 종종 선거 국면에서 신앙관 검증도 없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특정 후보자를 향해 맹목적인 지지를 강요하곤 했다. 황 전 대행의 한국당 입당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 개신교계가 재차 결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지점에서 잠깐 황 전 대행의 신앙관을 검증해보자. 개신교, 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가르침 가운데 하나는 '황금률'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황금률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 <마태복음 7:12>
황 전 대행은 재임 시절 과잉의전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승용차를 타고 서울역 플랫폼까지 진입하는가 하면, 그를 태우러 온 의전 차량이 시내버스 정류장에 불법 정차하는 일이 있었다. 이 일에 비추어 볼 때, 황 전 대행은 황금률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대접하기 보다 대접을 받으려 했으니 말이다.
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아모스 예언자의 부르짖음이 무색하게 황 전 대행은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으며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해오던 박영수 특검의 시한연장도 막았다.
이런 사람이 과연 '참' 그리스도인일까? 보수 개신교계가 2007년 대선 때처럼 검증은 안중에도 없이 황 전 대행을 향해 맹목적인 지지를 공공연히 강요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감히 전망해 본다. 무엇보다 개신교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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