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발 선물 받는 홍기탁-박준호파인텍 노사가 고공농성 426일 만에 협상을 타결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인 금속노조 충남지부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농성을 풀고 땅에 내려오자, 동조단식을 벌였던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과 박승렬 목사가 이들에게 준비한 새 신발을 신겨주고 있다.
유성호
굴뚝농성을 지지하며 동조단식을 했던 이들도 두 노동자를 배웅하며 한마디했다.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은 "노동자와 시민이 연대해서 작은 산을 넘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노력했다는 게 서글프기도 하다"라며 "하지만 굴뚝 위에 사람이 살 수 없다는 마음으로 연대하고 단식에 동참했다. 오늘부터는 합의된 사항을 얼마나 이행하는지 관심을 갖고 감시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도 "새들도 살지 못하는 그곳에서 426일간 버틴 두 노동자가 땅에 내려오게 됐다.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지금까지 농성, 협상 과정에서 회사측에 (노조측이) 깊은 갈등과 불신, 분노가 있었는데, 오늘부터 이 문제를 바르고 평화롭게 해결해 새로운 세상이 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송경동 시인은 "좋은 날이다. 기쁜 날이다. 꿈만 같다. 정의가 승리한 날이다. 우리 사회 인권의 존엄이 바로 세워진 날이다"라며 "이런 소중한 선물을 모두에게 전해준 파인텍 5명의 동지에게 고맙다. (오늘부로) 1%특권를 위한 나라가 아닌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나라. 평범한 시민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마지막 굴뚝농성 현장을 찾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굴뚝 높이가 까마득한데 저곳에서 두 노동자가 까마득한 고통을 겪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이다"라며 "이번 약속을 (회사측이) 절대로 깨거나 위배해서는 안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합의사항이 관철되고 이행되는지 끝까지 감시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입을 뗐다. 윤 의원은 "솔직히 김세권 대표 집까지 밤중에 찾아간 적이 있다. 분노를 억누르고 사람은 살아야 할 게 아니냐. 사장이냐 노동자냐를 떠나서 사람 먼저 살리자고 호소했다"라며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를 찾아간 일화를 공개했다.
이어 윤 의원은 "파인텍 노사가 타결한 협상은 온 국민한테 내놓은 약속이지 회사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분명하게 기억해야 한다"라며 "이 땅의 노동자들이 제대로 발을 내딛고 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라고 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노동자의 귀환, 우리 모두의 시작!'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두 노동자를 맞았다.
공동행동 김소연 대표는 "내용을 보면 너무나 소박한 한 장의 합의서를 위해 두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걸어야 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만들었고 오늘이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늘 역사를 새로 썼다"라고 말했다.
박준호, 홍기탁 두 노동자는 녹색병원으로 후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