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주범, 양승태를 구소하라"재판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법조비리 은폐, 비자금 조성 등에 개입한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이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한 양 전 대법원장은 청사 바로 앞에서 차량에서 내려 곧바로 기자들이 양쪽으로 대기해 있는 계단을 올랐다. 그의 앞에는 포토라인이 설정돼 있었지만, 그는 이를 그대로 지나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강제징용 소송 개입에 삼권분립 위배되거나 국민 불신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인사불이익 조치 절대 없다고 하셨는데 여전히 같은 입장인가", "피의자로서 심경 한 마디 밝히셔야 하는 거 아니냐" 물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미소를 띠며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제징용 재판 개입이 핵심 혐의
이날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는 일제 강제징용 민사 소송 개입이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 협정을 앞둔데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어 피해자 승소 판결을 꺼려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강제징용 소송 시나리오'를 주도했다고 본다. (관련 기사:
알기 쉽게 정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혐의)
소송은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의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법원을 상대로 패소하자, 2005년 대한민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며 시작됐다. 1·2심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2012년 피해자들의 손을 들며 소송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당시 원고들은 희망에 부풀었고, 파기환송심 또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새로운 쟁점이 없어 '심리불속행'으로 판결을 확정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의 교감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3년·2014년 두 차례에 이어 자신의 삼청동 공관에 법원행정처장(2013년 차한성·2014년 박병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등을 불러들여 소송을 미룬 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장인 전원합의체로 회부할 계획을 세웠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과정에서 재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배상 판결이 원고 승소 그대로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고, 전범기업을 대리하던 법무법인 김앤장에도 직접 접촉했다. 검찰이 확보한 김앤장의 '양승태 독대' 문건에는 청와대 입장, 전원합의체 회부 방식 등이 담겨 있다.
양승태 대법원-박근혜 정부-김앤장의 계획은 그대로 실행됐다. 소송은 2012년 첫 대법원판결을 기준으로 민법상 소멸시효 3년이 지나면 다른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수 없도록 2015년 이후로 미뤄졌고,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도 개정됐다. 또, 전원합의체 회부도 추진됐으나 2016년 9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주춤했고,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파기환송심대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외에도 원세훈 댓글사건 1심을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 등을 인사 불이익을 주고자 작성한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에 직접 'V' 체크를 하며 명단을 관리하는 등 판사 블랙리스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된 3억 5천만 원을 빼돌려 법원장들에게 수천만원씩 현금을 나눠준 '행정처 비자금'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