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남은 진입로의 중앙분리대불법주차 문제로 설치되었다가 주변 상인들이 민원을 넣어 하나둘씩 뽑히고 있다. 뽑힌 곳엔 다시 예전처럼 차량이 돌아왔다.
서부원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도로에 나섰다가 상인 두 사람과 언쟁을 벌였다. 한 사람은 아파트 주민이고, 다른 한 사람은 가게를 운영하는 외지인이다. 둘 모두 중앙분리대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면서, 불법인 줄 알지만 도로변 주차는 불가피하다고 목청을 돋웠다.
그들은 대안이랍시고, 차량 운전자들이 속도를 더 줄이고, 길을 건너는 아이들이 더 조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쪽 보도를 없애고 차도를 넓히면 위험이 줄어들 테고, 건널목에 신호등을 설치해 아이들이 그곳으로만 통행하게 하면 문제될 것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중앙분리대를 없애야한다는 이야기다.
그들의 주장은 얼토당토 않는데다 불법을 용인해달라는 것이어서 일고의 가치도 없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대다수의 주민들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극소수 상인의 절박함과 대다수 주민의 무관심의 차이라고나 할까.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면 이윤에 눈먼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입에서 아이들의 안전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돈보다는 안전이,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건, TV 광고에서나 나오는 카피일 뿐이다. 5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촛불'의 힘으로 부패한 권력을 몰아냈지만, 여전히 우리는 일상 속에서 구태와 잘못된 관행은 떨쳐내지 못했다.
중앙분리대가 원상 복구될 때까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 것이고, 불법 주차된 차량이 보이면 그때마다 견인하라고 신고할 것이다. 아파트 상가의 상인들과 척을 지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하는 게 옳다. 스스로의 삶이 바뀌지 않는 한 정권이 바뀐다고 세상이 좋아질 리 만무하다는 걸 그들도 모르진 않을 테니, 언젠가는 그들도 내 '모난' 행동을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