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규탄시위 나선 지만원극우논객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앞에서 5.18 진상조사위원(자유한국당 몫)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지지자들과 함께 항의 시위를 벌였다. 지만원씨는 지난 4일 나경원 원내대표와 면담한 내용을 공개했다. 나경원 의원보다 21살 많은 ‘아버지뻘’이라고 밝힌 지만원씨는 “(5.18에 대해)18년동안 연구했는데, 훌륭하다는 인식이 전혀 없고, 얼마나 고생했냐는 말도 없었다” “나보고 사회적인 인식이 매우 좋지 않아서, 한국당이 안고가면 한국당이 망합니다라고 했다. 이거 멸시하고 조롱하는거 아니냐. 지가 당대표면 당대표지” “나보고 재판을 많이 받아서 전과가 많으시다면서요라고 했는데, 애비뻘 되는 사람을 앞에 두고 할 소리냐 이거냐” “5.18에 북한군이 왔다는 것을 믿는 국민이 별로 없다고 했다. 내가 또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한국당이 안고 갈 수 없다고 했다”며 “엄청난 모멸감을 느꼈다” “인간이 덜됐다” 등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권우성
군사평론가 출신 극우논객 지만원씨는 1980년 5·18 광주항쟁이 북한의 사주에 의해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조만간 국회에서 구성될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규명위원회'의 조사위원이 되고 싶어 하지만,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불투명한 상태다. 토요일인 5일 태극기 집회 때 그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를 조사위원에서 배제하려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위 진상조사위는 5·18 당시의 계엄군 만행 중 최근에 밝혀진 성폭력·학살·암매장 등을 규명하기 위한 기구다. 국회의장이 1명, 더불어민주당이 4명, 자유한국당이 3명, 바른미래당이 1명을 추천해, 도합 9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1월 7일자 K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씨가 추천 대상자 명단에 포함돼 있어 만난 일은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지만원씨를 조사위원 후보자 명단에 올렸던 것이다.
지금까지 행보를 볼 때, 지만원씨가 조사위원이 되면, 위의 인권유린행위들이 처음부터 조작된 허구라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거나, 또는 계엄군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북한군의 소행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만원씨한테 동조하는 일부 사람들 중에는, 그의 프로필에 신뢰를 보내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가 과학적 사고를 요하는 군사평론가로 활동했기 때문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런 주장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1942년 강원도 횡성에서 출생한 지만원씨는 육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1980(38세)년부터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정책보좌관으로 일했고, 1981년부터 7년간은 국방연구원에서 책임연구위원으로 일했다. 1987년(45세)부터 2년간은 미국 해군대학원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경력뿐 아니라 학력을 봐도, 지만원씨는 합리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야 하는 사람이다. 1966년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74년에 미국 해군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1980년에는 같은 학교에서 시스템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시스템공학은 조직이나 사회 같은 인공적 시스템의 작동 및 구성원리를 규명하는 과학이다. 경영학에 더해 시스템공학까지 공부했다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만원의 5.18 주장, 그 근거는?
그 자신이 시스템공학을 이수한 것에 대해 얼마나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는가는, 시스템이란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 데서도 느낄 수 있다. 그의 이력에서는 시스템미래당을 창당하고,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를 창설한 사실이 나타난다. 운영하는 홈페이지 이름도 '지만원의 시스템클럽'이다.
그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중간에, '시스템 클럽의 정신'이란 제목 하에 이런 구호들이 적혀 있다.
01 우리는 정신적 귀족이기를 추구한다.
02 우리는 시스템 사회 건설을 위한 무관의 리더이다.
시스템 사회 건설을 지향할 정도로 그는 시스템적인 것을 좋아한다. 이처럼 직업으로 보나 전공분야로 보나 정신적 지향으로 보나, 그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5·18 북한 사주설을 주장하고 있으니,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중에는 그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가 학자답게 자료를 조사하고 현장을 답사한 결과로 그런 주장을 하게 됐으리라 믿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