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굴뚝 농성자 노조활동 때문에 회사 삐걱댈 수 있다”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파인텍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스타플렉스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5m 높이 굴뚝에서 423일째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주호 사무장의 고용보장과 공장정상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성호
먼저, 강 전무는 서울 양천구 목동 CBS 15층 스타플렉스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측이 요구한 파인텍에 남아 있는 5명의 직원을 모기업 스타플렉스로 받아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노조는) 2014년부터 계속해서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고용을 책임지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지만, (회사는)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플렉스가) 고용할 여력이 있는 것까지 부인하지 않겠으나 (파인텍 노조원 5명을) 고용할 수 없다"고 강 전무는 덧붙였다.
이어 "(노사) 합의가 되면, 다들 박수 치겠으나 난 혼자서 그 십자가를 매고 가야 한다"라며 "한번 채용하면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파인텍 노조 5명을 스타플렉스가 고용하면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강 전무는 "합리적인 노조이면 괜찮은데, 이들(파인텍 노조 5명)은 좀 특이하고 순수하지 않다"라며 "스타케미칼 시절에도 노조가 파업해 생산력이 떨어져 회사가 문을 닫게 됐고 300명이 직장을 잃었다. 또 다시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고 스타플렉스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스타플렉스는 한국합섬을 인수하고 이름을 스타케미칼로 바꾸었다. 이듬해 공장 문을 다시 열었으나 1년 8개월 뒤인 2013년 1월 3일, 시무식에서 김세권 대표는 스타케미칼의 폐업을 선언했다.
또, 강 전무는 "스타플렉스는 85%가 수출을 하는 회사로 (최근) 중국 업체들보다 제품 가격이 25~30% 높지만 품질과 영업력으로 겨우 커버하고 있다"라며 "노조가 들어오면 그동안 지켜온 품질 경쟁력이 삐걱댈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강 전무를 향해 "굴뚝 농성자들이 건강을 검진하는 동안 해결책 제시 없이 노조 탓만 하는 반인권적 태도를 보였다"라며 노조 혐오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스타플렉스 강 전무는 고공 단식 농성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노조가 문제라는 발언만 하며, 무책임한 대토로 일관했다"라며 "김세권 대표는 생명을 위협하는 고공 단식 농성자들을 뒤로하고 두바이 출국 준비만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강 전무가 스타플렉스로 직접 고용도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노조가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라는 이유를 들면서 헌법에 보장된 노조활동 권리를 공개적으로 부정했다"라고 비판했다.
스타케미칼 폐업의 책임을 노조로 돌리는 발언에도 날을 세웠다. 공동행동은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 인수 이후, 스타케미칼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이 걸린다는 걸 회사 측도 알고 있었다"라며 "5년 적자를 예상하고 한국합섬을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1년 8개월 뒤 일방적으로 폐업을 발표했다. 폐업 책임을 노조로 떠넘기려는 교활한 태도를 버리고 일방적 단체협약 파기와 폐업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했다.
[합의서 이행] 노조만 인정 vs. 3승계 약속
강 전무는 노조 측이 주장하는 '3승계(고용 승계와 노동조합, 단체협약)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난 3승계라는 말도 몰랐다.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2015년 합의서에는 3승계라는 말 없고 노조만 인정한다고 썼다"라고 했다.
이러면서 강 전무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스타케미칼과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 투쟁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이 작성한 합의서를 꺼내 들었다. 강 전무는 "합의대로 신설법인을 만들어 남아있던 11명의 고용을 승계하고 노조 활동도 보장하고 단체교섭도 18차례나 했다"라며 "단체교섭이 결렬된 건, 그때도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약속 안 지킨게 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2015년 7월, 스타케미칼 회사측과 금속노조, 스타케미칼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이 408일간 굴뚝 농성을 이어간 결과였다. 노사는 합의서에서 고용보장과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생계와 생활 보장 등을 합의했다. 이때 노사가 고용보장을 이유로 합의해 설립한 신설 법인이 파인텍이며, 스타케미칼 노동자 11명이 파인텍으로 소속을 옮겼다.
강 전무는 "노조가 파업한 뒤에 (파인텍) 공장 임대료가 매월 발생해 보증금이 차감되고 건물주가 다른 사업체에 재임대하게 돼 기계를 철수하게 됐다"라며 "현재까지 파인텍은 약 1억 3천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노조 측 입장은 다르다. 합의서에 회사 측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의 도장이 찍혀 있으며, 합의 주체인 노조를 인정한다는 게 '승계'를 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16년 1월 안에 단체교섭을 진행해 체결하기로도 합의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으며, 파인텍도 사실상 이름만 존재하는 회사가 돼 고용안정을 위해선 모기업 스타플렉스가 노조원 5명을 받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2015년 1월 노사 간에 작성된 합의서에 2016년 1월 안에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단체협약 체결을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은 성실히 업무에 임했지만, 파인텍에서 일하는 10개월 동안 120만 원 이상의 임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들은 "노동자들은 잔업이 없으며,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어 회사 측에 잔업을 요구했으나 무반응으로 일관했다"라며 "임금과 복지, 근로 조건 등을 노사 간 합의로 조정할 수 있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방치됐고, 그 와중에 3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스타케미칼의 폐업과 청산 과정에서도 노동자들과 신설법인을 세우고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한 장본인은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대표다"라고 주장했다.
[대표의 책임] 도의적 책임 vs. 법적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