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쇼가 새롭게 선보인 유튜브 방송 <댓꿀쇼>의 12월 19일자 방송 화면. 이날 이준석 바른미래당 서울특별시당 노원병 당협위원장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출연해 ‘홍카콜라와 가짜뉴스’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CBS
- 인터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일단 욕부터 쏟아졌다. 그래서 '아버님 하실 말씀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 뒤로 매일 안부전화도 드렸다. 2주 정도 지나니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인터뷰를 했는데 아버님 말씀이 너무 절절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가 보니 애는 쓰러져 있고. 우빈아, 엄마야 하니까. 의식을 잃은 애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뇌수막염은 의식을 잃기 전에 그렇게 고통스럽다던데 혼자 뒀구나.' 슬픈 인터뷰를 할 때는 팔뚝을 꼬집으면서 방송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날은 정말 많이 꼬집었다."
- 그 인터뷰 들으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저도 울고 다 울었다. 문자가 천여 개 쏟아지는데. 인터뷰 끝나고 포털에 실리고 반향이 컸다. 그리고 그 다음날 군에서 군 의료체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아버님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내가 하는 역할은 북 치는 고수"
- 뉴스쇼의 매력이자 특징은 '당사자 주의'다. 사안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당사자를 불러 이야기를 듣는다. 이게 다른 뉴스들과 차별점이 되리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뉴스쇼의 원칙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을 가장 쉽게, 날것 그대로 신선한 재료를 드리고 판단하게 하자는 거다. 정보의 홍수 시대라는데 사람들이 정보가 부족해서 판단을 못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재료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가장 잘 아는 당사자를 통해서 들려 주자. 거기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전문가가 뒤에 붙어서 설명을 해 주자는 거였다."
- 설명을 들으니 합리적인데 당시 주류 언론에서는 아무도 안 하던 시도였다.
"제가 그때까지 들었던 시사 프로그램들은 많이 배운 중년의 남성 교수나 정치인들이 나와서 어려운 언어로 그들만의 얘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일반인 입장에서 궁금한 건 저런 게 아닌데. 그래서 청취자 눈높이에서 코가 간지러우면 볼이 아니라 코를 긁어주는 식으로 하자고 결론을 냈다. 어떤 분들은 질문을 옆집 아줌마처럼 하느냐고 하시는데 저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당사자 인터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사전에 대략적인 인터뷰 내용을 논의하기도 하나.
"그분들에게 질문지가 가긴 하지만 인터뷰가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저는 인터뷰를 할 때 맞춤형 인터뷰를 한다. 정치인은 껄끄러운 것은 빠져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날카롭게 질문을 하고 일반인들은 최대한 발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제가 인터뷰에서 하는 역할은 북 치는 고수다. 인터뷰이가 가장 신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어떤 진행자는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재단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뉴스쇼를 들어보면 특정 사안에 분명한 목소리를 낼 때가 많다. 언론으로서 부담되지 않나.
"훗날 봐도 명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확실하게 입장을 정해서 간다. 가령 국정농단, 사법농단 같은 문제들은 50년이 지나든 200년이 지나든 옳고 그름이 어느 정도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충분히 낸다. 그러나 10년, 20년 후에도 단언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을 다 들으려고 한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 충분하게 근거를 드리는 게 저희의 일이다. "
- 평소 소외된 약자들에게 마이크를 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해 왔다. 사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런 역할 못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걸 굳이 지켜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대학교 다닐 때 아주 순수했는데(웃음) 그때 세뇌 당한 게 '방송은 공공재고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거였다. 그냥 놔두면 마이크, 펜, 카메라는 힘 있는 사람들에게 몰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공공재처럼 쓰려면 소외된 약자들에게 의식적으로 가져다 줘야 한다."
"라디오가 진화하는 느낌, '댓꿀쇼'"
- 정부나 기타 권력자들에게 방송 내용에 대한 압박을 받은 적은 없나.
"뭘 빼라, 넣어라 하는 외압은 없었다. 다만 '방통위에서 너희를 집중 모니터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다. 회사 윗선을 통해서도 방송에 방해되는 어떤 요구도 들은 적이 없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을 비판한 박창신 신부와 인터뷰를 했다고 방심위에서 중징계 결정이 났다. 중징계라고 해 봐야 재허가 받을 때 벌점 1점 정도라 우리는 '바쁘니까 그냥 가자'고 했다. 그런데 위에서 데스크와 임원들이 '안 된다. 이건 부당하니 소송 가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다. 결국 대법원에서 부당 징계로 판결 나왔다. 이런 게 CBS 시사의 힘이자 뉴스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 요즘의 고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장 큰 고민은 새로 시작한 유튜브 방송 '댓꿀쇼'다. 뉴스쇼 하면 보통 댓글이 2천 개씩 들어오는데 이걸 매일 버리자니 아까워서 시작했다. 라디오만 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매체를 너무 준비 없이 시작한 측면이 있다."(웃음)
- 뉴스쇼 팀이 함께 준비하는 게 아닌가.
"뉴스쇼 팀에서도 유튜브에 도전 해 보고 싶은 사람 한두 명이 함께하고 있다. 다른 멤버들은 간접적으로 지원을 하긴 하되 일단 뉴스쇼 본방송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힘을 분산해서 쓰고 있다. 댓꿀쇼는 대본없이 간다. 처음에는 안 되면 바로 접자고 하고 시작했던 것이 이제 한 달 정도 왔다. 주변에서는 왜 그 힘든 걸 자진해서 하느냐고 하는데, 제가 새로운 걸 즐기는 성격이라 역으로 요즘은 댓꿀쇼가 에너지가 되고 있다. 라디오가 진화하는 느낌이랄까."
- 어떤 측면에서의 진화를 말하는 것인가.
"방송은 아무래도 딱딱하기 마련인데 유튜브는 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지 않나. 그로 인해서 독자들과 더 친밀한 소통이 가능하더라. 오늘 아침에는 유튜브 방송 동시 접속자가 4천 5백 명까지 갔다. 뉴스를 보고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 뉴스가 세상을 바꿀 가능성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안 돼'라는 소리 듣기 싫어 이 악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