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골마을 정경아치실댁 동산에서 바라다본 강골마을 정경이다. 대숲으로 둘러싸여 산골마을 같다.
김정봉
마음이 스산하다. 득량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때문이다. 쏴아아 멀리서 밀려오는 소리는 대나무 몸뚱어리 부딪히는 소리, 스스슥 가까이 들리는 소리는 댓잎 비비는 소리다. 내 발걸음을 잡았다 놓았다 한다. 바닷가에 강한 바람이 불 것이라는 어젯밤 일기예보를 예사로 흘려들었다. 강골마을이 득량바닷가에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탓이다.
득량바닷가에 있는 대나무 마을, 강골
강골은 보성군 득량바닷가에 있다. 믿기지 않지만 간척사업(1929년-1937년)으로 갯벌이 메워지기 전까지 마을 앞 기찻길까지 바다였다. 기찻길은 1930년에 쌀과 면화를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놓은 것이다. 이름은 광여선(광주-여수 노선), 현재 경전선이다. 득량(得粮)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군사들이 득량만 선소일대에서 양식을 얻어 왜적을 무찔렀다하여 생긴 이름이다. 장군 군대가 식량을 얻은 득량은 일제강점기에는 식량을 수탈당한 고장이었다.
강골마을은 간척사업으로 생긴 넉넉한 논밭을 발아래 두고 있다. 앞산 오봉을 바라보고 뒷동산을 향해 우묵하게 들어섰다. 대나무밭으로 둘러싸여 그윽하다. 너무나 그윽한 나머지 산골마을로 착각하기 쉽다.
강골은 광주이씨 집성촌이다. 이용욱, 이금재, 이식래가옥이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았고 마을 동산 깊숙이 열화정이 숨어있다. 모두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아치실댁과 이식래가옥 뒤에 있는 오봉생가는 문화재는 아니어도 눈여겨볼만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