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스물다섯 살 권대희씨는 성형외과병원에서 턱 수술을 받은 후 과다출혈로 대학병원에 응급 이송되었으나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사망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수술실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의사가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당시에 아들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을 거예요. '14년 무사고'라는 광고만 믿고 수술하러 간 대희가 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확인할 길이 없었겠죠. 억울하고 안타깝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에서 하는 말만 믿었겠지요."
권대희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착실한 청년이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평소 불만이 많았던 턱 부분 수술을 위해 서초구의 한 유명 성형외과병원에서 2016년 9월, 아래턱과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았다. 당시 스물다섯 살이었던 청년은 수술 중 출혈이 심해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49일간 뇌사상태에 있다가 10월 26일 사망했다.
"성형외과에서 허위나 과장으로 광고를 많이 하잖아요. 그 병원만 해도 14년 무사고라고 광고하면서 원장이 케이블TV 프로그램에 나오곤 했어요. 그러니 수술하러 가면서 친구한테만 얘기하고 보호자도 없이 가도 괜찮을 거라고 믿었던 거죠. 출혈이 심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을 했고 가족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어요. TV에서 의료사고 나는 거 보고 안타까워했지만 막상 제가 그런 일로 아들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어요."
병원에선 대희씨 사망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었던 어머니 이나금씨는 형사고발을 했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의무기록지 감정의뢰 결과 무면허 의료행위가 인정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경찰은 2년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해당 병원 의사 3명과 간호조무사 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동영상 통해 밝혀낸 기가 막힌 사실들
"병원에서는 전원한 대학병원에 책임이 있다고 했어요. 자기들이 원인 제공은 했지만 우리 대희가 사망한 책임은 대학병원에 있다는 거였죠. 사과는커녕 책임 인정조차 안 하는 태도 때문에 분노했어요. 피눈물을 흘리면서 수술실 동영상을 봤어요. 처음에는 보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지만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정말 그런지 한번 보자.' 그런 심정으로 본 것 같아요."
이나금씨는 수술실 CCTV 동영상을 4백 번 가까이 봤다. 꼭 알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왜 멀쩡하던 아들이 돌연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알아야 했다.
"동영상을 보니 다 알 수 있었어요. 이 사람들이 환자를 살리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참 기가 찰 정도였어요. 의무기록지에 기록된 내용과 실제로 취한 조치가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었죠. 동영상을 수백 번 보면서 초 단위로 분석하고 기록했어요."
이씨가 동영상을 통해 밝혀낸 사실들은 의료사고 유가족으로서는 알 수 없는, 그러나 기가 막힌 사실이었다. 의사가 수술실을 여러 곳 열어 놓고 동시에 수술하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환자 혈압이 떨어져 위험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수혈이 필요한데 펜타스판 수액만 주입하고 출혈이 계속되는 환자를 간호조무사 혼자 지혈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술실에서 눈썹을 고치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당시 아들이 처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직 갈 길 먼 수술실 CCTV 법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