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과 차광호 파인텍 노조 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사측인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와 첫 만남을 갖기 위해 면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우성
이날 노사의 첫 교섭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노조 2명과 사측 2명이 대화를 진행하고, 종교계가 참관할 것이라고 알려진 만남에는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이 때문일까? 사측은 기자들과의 만남을 회피했다. 중재에 나선 종교계도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고 당사자의 의견조율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첫 만남을 위해 사측에 대한 취재는 유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0일부터 굴뚝농성장 아래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은 교섭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 번째 굴뚝 농성 411일이 지나도록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며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약속했던 것, 책임지기로 했던 것을 지키면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 지회장은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부담을 갖는다 해도 혼자만의 부담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풀면 된다"면서 "회사 측이 판단을 내려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차 지회장과 함께 교섭장을 찾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역시 "회사 측이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공감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모든 것을 열어 놓고 대화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합섬 출신인 파인텍 노동자들은 스타플렉스가 2010년 한국합섬을 인수해 만든 스타케미칼에서 일하다 2013년 해고 당했다. 당시 사측인 스타케미칼은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적자'를 이유로 폐업 후 청산 절차를 밟았고, 권고사직을 거부한 29명은 해고당했다.
차광호 지회장은 2014년 5월 27일, 스타케미칼 구미 공장에서 굴뚝농성을 시작했고, 이 농성은 2015년 7월 6일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고용, 단체협약, 생계 보장 등에 대한 사항을 합의할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회사는 합의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결국 파인텍 노동자 박준호·홍기탁씨는 사측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지난해 두 번째 굴뚝 농성에 돌입했다. 두 사람은 지난 25일 차광호 지회장의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을 깼다. 27일 현재도 이들은 세계 기록을 갱신해가며 교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