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조용한 김미숙씨(고 김용균씨 어머니)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의원들을 성토하면서다. 이정미 의원과 만난 김씨는 “저는 다 잃었지만, 제 아들도 세상도 잃었지만 다른 자식들은 살려야할 것 아니냐”고 외치다시피 했다. 국회 환노위 위원장실 앞에서 법안 통과 결과를 기다리는 어머니 김미숙씨의 모습.
유성애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환노위 소위가 정회된 낮 12시께까지, 기자들에 섞여 복도 한 쪽에서 회의 결과만을 기다리던 김씨는 이날 오후에도 또 거기에 있었다. 산안법 국회 처리 과정에 대한 긴급 입장을 발표하려, 환노위 소위가 열리는 회의실 앞 복도를 찾았으나, 국회사무처 직원이 "기자회견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다리시라. 아니면 정론관 가서 하시라"며 막아선 탓이다.
10여분 간 실랑이를 한 끝에 유족들은 다른 직원의 안내를 받아 다른 쪽에서 짧게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태의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스물넷 청년이 첫 직장에서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도 (법안) 처리를 지연하는 건, 각 정당 이해관계 등 정치적 이유로 임시국회 통과를 막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어머니 김미숙씨도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죽은 아들 앞에서 고개라도 들고 싶다. 살인했으면 살인죄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라며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아들 김용균씨 얼굴이 새겨진 하얀 배지를 가슴에 찬 채, 환노위 위원장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제 아들이 죽었는데... 그래서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는데 대체 왜 통과가 안 되는 거예요? 당연한 건데. 정부가 똑바로 서야 국민들이 믿고 가죠."
앞서 오전 정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임이자 소위원장(한국당)은 "8개 쟁점사항 중에 6개 쟁점은 의견 접근을 봤고, 나머지 ▲소급인의 책임강화 ▲양벌 규정과 관련해 (이견이 있어) 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있어서 산안법 통과 여론이 높은 건 알지만, (중략) 법조문이 많으므로 제대로 검토한 뒤 합의할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소식을 들은 유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분노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사람이 죽을 때 마다 법 고치겠다더니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게 무슨 소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을 듣고 있던 김씨는 눈을 모두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복도에서 계속 기다리던 김씨에게 기자가 "괜찮으시냐"고 묻자, 김씨는 "기다리는 거야 뭐, 통과만 되면…(문제가 없다)"고 말을 흐렸다. 외아들이 사망한 지 보름, 어머니 김미숙씨는 슬퍼할 새도 없이 계속 기다리고만 있다. "내 아들은 죽었어도 다른 사람 자식들은 살리고 싶다"는 이유다.
이날 오후 5시, 환노위 여야 간사가 추가로 회동했지만 합의는 불발로 끝났다. 과연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김용균법이 처리될 수 있을까?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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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뤄진 산안법...'고 김용균' 어머니 "얼마나 당해야 법이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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