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당 장일순 선생님.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무위당 선생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
장일순은 최시형의 생명사상에 접하기 전에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고 있었다. 어릴적에 따르던 형을 잃은 아픔을 겪고, 6ㆍ25한국전쟁 과정에서 뭇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신도 총살 직전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학창시절 4ㆍ19전사들의 주검은 바로 곁에 있었던 일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평화통일론자 조봉암을 사법살인하고 박정희 정권은 인혁당 관련 청년 8명에게 누명을 씌워 죽였다. 서대문형무소에 갇혔을 때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다가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전쟁으로 죽고 권력이 죽이고 각종 재해 재난으로 많은 사람이 상하고 죽었다. 인명(人命) 뿐이 아니었다. 산업화의 이름 아래 아름답던 자연이 파헤쳐지고 과수원과 논밭에는 각종 농약이 살포되었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장일순의 생각은 깊어갔다. 길을 걸을 때나 밥을 먹을 때나 생명의 존귀함과 더불어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많아졌다.
나는 가끔 한밤에 풀섶에서 들려오는 벌레소리에 크게 놀라는 적이 있습니다. 만상(萬象)이 고요한 밤에 그 작은 미물이 자기의 거짓없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들을 때 평상시의 생활을 즉시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부끄럽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럴 때면 내 일상의 생활은 생활이 아니고 경쟁과 투쟁을 도구로 하는 삶의 허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삶이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하나의 작은 벌레가 엄숙하게 가르쳐 줄 때에 그 벌레는 나의 거룩한 스승이요, 참 생명을 지닌 자의 모습은 저래야 하는구나 라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됩니다. (주석 2)
주석
1> 이기상, <생명, 그 의미의 갈래와 얼개>, <우리말 철학사전(2)>, 우리사상연구소 엮음, 127쪽, 지식산업사, 2002.
2> 장일순, <삶의 도랑에서>, <나락 한알 속의 우주>,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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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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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귀함과 그 가치에 대해 깊이 사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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