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산업재해 현황(고용노동부 통계)산재노동자수는 최근 비록 미세하나마 줄어드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지만,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9만 명 전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산재 사망노동자수도 2012년 이후 2천명 이하로 낮아졌지만, 매년 2천명 전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산재로 하루에 5명이 사망하고 250명 이 다치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
그나마 노동부의 공식 통계 수치는 신뢰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노총은 현행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을 포함할 경우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니라, 매년 2400명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 이진석은 2005년 기준 비의도적 손상 건강보험 환자 1238만330명 중 278만2491명이 직장 재해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2008년). 이 시기 실제 산재 승인자는 8만5411명이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원 신상도는 직업성 손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건강보험이 69.4%, 일반이 4.9%를 차지할 때 산재보험은 16.1%에 불과했으며, 사망자의 경우도 절반 이상이 건강보험으로 처리한다고 보고했다(2011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산업재해은폐에 대한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향'(2015)에서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 1위 국가이지만 전체 산업재해 발생률은 OECD 국가 평균 이하인 기이한 통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산업재해의 80% 이상이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산재노동자수가 고용부 통계를 훨씬 뛰어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일하다 다친 산재노동자수를 파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산재를 은폐하고 공상처리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일례로 김용균이 사망한 현장인 한국서부발전을 포함한 발전 공기업들은 사실상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정받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화력발전 5개사(남동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7개 전력기관이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감면받은 산재보험료는 무려 497억 원이었다.
이들이 무재해 인증을 받아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사업장에서 다치거나 숨진 노동자의 대부분이 하청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산재를 대폭 줄이면서 커다란 이익을 얻고 있을 때, 그 위험은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안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의 <e-나라지표>는 '산업재해현황'을 설명하면서 "산업구조 및 고용환경의 변화 등으로 비정규직, 외국인, 고령, 여성 등 산재취약계층 근로자의 증가와 소규모사업장에 대한 대기업의 하도급 증가 등 재해유발 요인은 지속 증가할 전망"이라며 "재해다발위험에 대한 집중 관리 등 산재취약계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예방정책·사업을 개발, 행정 역량을 집중"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로 사망한 김용균의 사업장이 공공부문인 태안서부발전소였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 말잔치의 허구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뿐이다.
김용균의 죽음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위령탑 앞에는 2개의 건립 취지문이 있다. 하나는 2000년 건립 당시 만든 취지문이고, 다른 하나는 2004년에 만든 새로운 취지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나라경제 발전을 위하여 산업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다 불의의 재해를 입은 근로자들의 큰 공적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들에게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과 노동의 신성함을 고취하고자 이 탑을 세웁니다." - 2000년 12월 27일
처음 산업재해희생자위령탑을 세울 당시 만든 취지문의 내용이다. 산업재해 노동자는 그들이 나라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국근대화를 위해 무슨 전쟁터에 나간 '산업전사'라거나 불가피한 상황에서 희생정신을 발휘한 '희생자'로 미화할 대상이 아니다.
말 그대로 생명과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노동권과 행복추구권조차 박탈당한 채 산업재해로 억울하게 사망한 노동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