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노동자의 평균임금
황재인
가락시장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월급제 기준 평균 283만 6842원이었고, 일당제 기준 11만 1897원, 시급제 기준 평균 1만 1333원이었다. 앞선 설문결과에 따라 근로시간을 1일 평균 13시간, 1주 평균 74시간으로 하고 근로시간 중 절반만 야간근로라고 했을 때, 받아야 할 최저임금은 대략 월 358만 원 정도로 계산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복리후생의 경우 경조휴가를 받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49.1%였는데, 이는 대부분 항운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명절상여금은 15.1%, 퇴직금은 14.4%만 받고 있다고 답변하였고, 육아휴직·육아기근로시간단축의 경우 단 0.9%, 출산휴가 역시 2.1%만 보장받는다고 답변하였는데 응답자의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놀랄 만한 수치였다.
응답자의 31.6%가 '산업재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고, 그중 59.8%는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했다고 답변했다. 산재 미신청사유는 '가벼운 사고나 질병이어서'가 33.6%로 제일 많았고, '산재신청에 대해 몰라서'가 15.9%, '해고 등 불이익취급 우려'가 6.2%였다.
또한 현재 앓고 있는 질병의 경우 '목, 어깨, 팔 통증'이 48.6%, '허리, 다리 통증'이 45.4%를 차지했고 이러한 질병은 '현재 직장에 근무한 이후에 발생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50.9%, '기존 질병이 있었으나 근무한 이후 더 심해졌다'고 답한 응답자가 6.9%였다.
사업장 내에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응답자의 65.8%가 '무거운 물건(20kg 이상)을 드는 업무'를 가장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악천후(폭염, 혹한, 폭우, 폭설)에도 무조건 출근(65.8%)', '낙상의 위험이 있음(55.8%)', '소음이 있음(55.3%)' 등이 뒤를 이었다.
업무 수행을 하면서 '언어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이 29.4%였으며, 신체폭력은 3.8%, 성희롱·성폭행은 1.2%가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먹고 살려고 일하는데... 몸도 마음도 '골병'
가락시장 내 노동자가 일할 때 가장 힘든 점 1위는 '장시간 근무'가 59.3%로 가장 많았고, '낮은 임금' 43.5%, '과도한 업무량' 41.6%, '부족한 휴식/휴가' 28.0%, '휴게시간 부족 및 휴게 공간 미비'가 25.8%로 나타났다.
현재 업무와 근무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휴게시간(1.98점), 업무환경과 안전상태(2.00점), 근무시간(2.08점)순으로 전반적으로 불만족한 상태였다.
우리는 설문조사에 참여해준 노동자들 중 연락이 닿은 7명에게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이 면접조사를 통해 가락시장 노동환경에 대해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 특이한 점을 몇 가지 꼽자면 아래와 같다.
가락시장 일용직 노동자의 70~80%는 외국인 노동자, 특히 중국인 및 조선족 노동자들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불법체류노동자로 단속을 비롯한 체류비자 문제, 임금체불 문제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운노조의 경우 조합원 지위를 얻기 위해 보증금(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500만 원 선)을 납부해야 하며,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일부 항운노조 분회의 경우 조합 임원 및 간부 등의 선출에 있어 민주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락몰에 입점해 있는 마트의 경우 회사가 마트 소속 직원이 아닌 판촉직원에게 포장, 안내, 청소 등의 부가적인 업무를 시키거나, 새벽시간은 마트 소속 직원이 담당하던 일을 용역직원이 대신하는 등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수많은 노동자, 다양한 직종, 여러 이해관계가 뒤얽혀 있는 곳이 바로 가락시장이다. 어떤 제도, 시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의 반발과 저항이 뒤따르게 마련일 것이다.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1단계 사업을 마치고 아직 2단계 사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가능할까?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서울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 관계부처 및 기관이 의욕을 가지고 가락시장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현대판 노동지옥' 어떻게 해결할까
하지만 필자는 다른 방식의 제안을 하고 싶다. 바로 노동조합이다.
각 사업장이 가락시장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밀집되어 있다는 점, 농수산물 도·소매업이라는 커다란 업종에 속해 있다는 점, 각 사업장이 대부분 5인 미만의 중소영세사업장이라는 특성 등을 반영한다면 사업장 단위 노동조합보다는 지역별·업종별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으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업주들은 업종별 중도매인연합, 직판상인연합 등 사용자 단체로 조직되어 있어,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가락시장의 특성에 부합하는 단체교섭의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필자와 함께 설문조사에 함께한 사람들은 위와 같은 지역노동조합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송파구 지역노동조합 '송파유니온'의 조합원들이다. 우리가 진행한 이번 실태조사가 가락시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하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가락시장의 노동자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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