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남소연
집회가 끝나고 각 당 원내대표들의 서명이 포함된 합의문이 공개되고 난 뒤, 시차도 없이 익숙한 '배신의 풍경'이 펼쳐졌다.
배신의 풍경 첫 번째 등장인물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도입 검토 수준의 합의'에 불과하다면서 합의문의 가치를 깎아내렸다. 자신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다음에 처음으로 한 원내 정당간 합의인데도 스스로 별것 아닌 일이라는 식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식으로 문구를 정확히 풀어 말하자면 '검토'가 아니라 '적극 검토'를 합의한 것이며, 적극 검토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배신의 풍경은 그간 정개특위에 참여했던 자유한국당 측 간사를 김재원 의원으로 교체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재원 의원은 뇌물수수죄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이런 사람이 정치개혁을 논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 20일 한국당은 김재원 의원이 아닌 장제원 의원을 간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이 우왕좌왕을 보며 소셜미디어에서는 '자유한국당에 이렇게 재원(제원)이 많냐'는 반어적 한탄이 쏟아졌다.
배신의 풍경 세 번째 주인공도 자유한국당이다. 합의문에는 '10% 범위 내에서 의원정수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의원정수를 줄이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20일엔 한국당 지도부가 '의원정수 축소'를 정개특위 논의사항으로 상정할 것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17개 기관 중 압도적 꼴찌였다. 자유한국당식으로 따지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치개혁의 심정적 방향은 국회를 없애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처럼,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자유한국당은 세 번이나 합의를 부인하고 배신의 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배신 비긴즈(Beg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