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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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천 계곡 맞은편 산 중턱에 있던 우리 집에서는 산터골의 세네 집과 밭들이 멀찍이 올려다 보이곤 했다. 내가 언제부터 믿게 되었는지 확실치 않으나 크리스마스 전날 깊은 밤이 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몰래 놓고 간다는 걸 어렴풋이 인지하게 됐다.
더구나 나의 두 형도 평소 산타에 대한 얘기를 자주 했었다. 이런 꿈같은 얘기를 몇 차례 반복해서 듣다 보니 순진했던 나는 정말 그런가 하고 믿을 수밖에 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선물을 준다는 사람의 이름이 산타였을까? 마침 우리 마을 앞산엔 산터골이 있다.
때문에 내가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전해 들은 대로 믿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다. 한술 더 뜬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때마다 산타할아버지는 언제쯤 내게 다녀가실까 궁금하여 맞은편 산터골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었다.
썰매가 다닐만한 매끄러운 길도 없는데 사람들이 매번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신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산터골에 사시는 마을 사람 중에서 누군가 산타로 변장하여 선물을 주러 다니는 것으로 여겼다.
'도대체 산타는 누굴까?'
평소 이런 의문을 품고 있던 나는 한동안 산터골에 있는 어른을 만날 때마다 상상 속의 산타와 비슷한 사람이 있는가 싶어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는 수고를 했었다. 그럼에도 나는 실제 산타를 만난 적도 없으며 몰래 던져 놓고 간 선물을 받았던 일은 더더욱 없다.
나중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에 들어간 내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산타는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 꾸며낸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적잖이 실망했었다.
어느덧 고향을 떠나 온 지 40년이 됐다. 용두산 아래로 지나가던 뭉개 구름이 가끔씩 힘에 겨울 땐 잠시 쉬어 가기도 하던 그곳 산터골은 내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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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의 골짜기에 산타가 들른다고 믿었다, 순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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