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결과가 발표된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반면 시민사회는 한국거래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삼바' 사태가 또 하나의 '대마불사' 사례로 남게 되었다며, 삼바 상장의 책임이 있는 한국거래소가 책임 회피를 위해 섣불리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삼성공화국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굳건한 삼성의 위세. 이것이 과연 삼성의 돈과 권력 때문만일까? 아니면 그래도 자식들의 삼성 취업을 간절하게 바라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한결같은 믿음 때문일까?
강수돌 교수는 이와 현상을 저서 <중독의 시대>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한다. 그는 우리 사회를 중독사회라고 규정한다. 중독이란 감기와 같은 질병으로, 한 번 걸리면 빠져나오기 어려운데 우리 사회는 바로 일중독에 빠졌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이들이 삼성에 전전긍긍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중독에 빠진 증거이다.
중독에 빠졌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통제 만능에 빠져 상황을 조작하려 하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중독에 빠지게 하고,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특정인을 희생양 삼아 자신의 책임에서는 벗어나려는 중독 증상.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워라벨'을 운운하며 삶의 가치와 여유를 더 추구하는 듯하지만 저자는 그 역시 잘못된 해법이라고 일갈한다. 결국 과로와 스트레스를 낳는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개인적으로 해법을 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위 '소확행'을 위해 여행을 가고, 전시회 등을 찾는 것은 신자유주의적인 해법으로서 소비를 촉진시키고, 일중독을 더욱 심하게 만들 뿐이다.
사회 전체가 일종의 중독자처럼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마치 이것이 정상인 양 개인들이 수용하고 있는 맥락 위에서 각종 중독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온 사회가 경제성장에 중독된 채, 노동(고용)을 개인의 정체성 확인이나 생계수단 확보의 유일한 길이라 내면화해버린 상태(노동사회)가 가장 심각하다 – 9p
중독의 원인
그럼 그와 같은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선 중독의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독은 그 어떤 상황이나 조건 속에서도 자기 내면의 느낌이나 욕구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내적인 자율성이 사라질 때 겪게 된다. 자율성이 사라지면 인간은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을 갖게 되고 이를 다른 방법으로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에 중독된다. 즉, 중독이란 두려움에 대한 억압과 회피의 수단이다.
예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알코올 중독이나 게임 중독 등을 보자. 환자들이 술이나 게임을 하는 이유는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함이다. 현실에서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나름의 만족감을 갖는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적인 해법은 아니기에 계속 더 센 자극을 원하게 되고, 그것은 결국 개인을 파탄시키고 만다.